창작연극을 뮤지컬로… 본공연 앞 낭독으로 먼저 보실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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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을 ‘낭독’으로 미리 본다? 부산의 기획사 청춘나비가 제작하는 ‘살그시 프로젝트-뮤지컬 살.그.시’ 이야기다.

살그시 프로젝트는 젊은 연출가, 작곡가, 음악감독, 출연진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그룹명이다. 연극 ‘살고 싶다. 그림처럼, 시처럼’(이하 연극 살그시)의 작품성에 매료된 청년 예술인들이 모여 원작의 장르적 변화 모색과 무대 실현에 나섰다.

부산 기획사 청춘나비 ‘낭독공연’
18일부터 수영구 어댑터 플레이스
‘살고 싶다. 그림처럼, 시처럼’
원작 연극 뮤지컬로 장르적 변화
노래 재편곡 음악감독·배우 영입
1시간 20분 ‘앉아서 하는 리허설’

연극 살그시는 극단 미지가 창작한 작품으로 2011년 부산 청춘나비아트홀에서 초연했다. 1980년대 학생운동을 하다 사망한 다정, 죄책감에 주정뱅이가 된 꼴통, 꼴통 앞에 나타난 거지 소녀 등이 등장하는 작품은 사실적 무대와 입체적 인물 묘사, 시적인 대사로 인기를 끌었다.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서울 대학로 소극장, 부산소극장연극페스티벌 등에서 연극으로 공연한 이 작품을 뮤지컬로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는 2019년에 나왔다.

제작자인 강원재 대표는 “원작을 쓴 주형준 연출이 ‘뮤지컬로 가보면 어떨까’라는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며 “연극을 뮤지컬로 아예 새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연출부터 배우까지 새 창작팀을 꾸리게 됐다”고 밝혔다. 이렇게 모인 청년 예술인들은 2021년 부산신진예술페스티벌에서 뮤지컬 ‘살.그.시’를 선보였다. 강 대표는 “장르적 변화 가능성을 시도해 본 것이었는데 공연을 올려보니 ‘발전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뮤지컬 살.그.시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등장인물이 12명이었던 원작을 8명이 출연하는 소극장 뮤지컬로 바꿨다. 노래도 재편곡했다. 박용희(각색·연출), 박동재(작곡)와 배우 채민수, 서보기, 전자연, 배문수, 강승환, 최지혜 등 2021년 뮤지컬 초연 참가자 대다수가 그대로 참여했다. 여기에 뮤지컬 경험이 많은 이영재 음악감독과 박규한, 안예은 배우를 새로 영입했다. 뮤지컬 전문 스태프도 추가했다. 기존에 호흡을 맞춰 본 제작진으로 공연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뮤지컬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보자는 의미다.

살그시 프로젝트는 수정·보완된 본공연을 선보이기에 앞서 낭독공연으로 점검하는 과정을 가진다. ‘시츠프로브’ 형식의 낭독 뮤지컬 공연이다. 시츠프로브는 뮤지컬과 오페라 공연에서 쓰는 용어로 독일어로 ‘앉아서 하는 리허설’을 뜻한다. 뮤지컬 살.그.시 낭독공연은 18일부터 21일까지 부산 수영구 광안동 어댑터 플레이스에서 진행된다.

이번 낭독공연은 2시간 짜리 본공연을 1시간 20분으로 재수정해서 보여준다. 라이브 밴드가 함께하는 본공연과 달리 낭독공연에서는 건반과 기타만 연주된다. 낭독공연을 마친 뒤에는 합평회도 가질 계획이다. ‘2022년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된 뮤지컬 살.그.시 본공연은 오는 8월 16일부터 21일까지 해운대문화회관 해운홀에서 열릴 예정이다.

살그시 프로젝트는 지역 창작연극의 장르적 변화 모색, 참가자의 90% 이상이 부산의 청년 예술가, 본공연과 차별화된 새로운 공연 콘텐츠(낭독공연) 개발이라는 점에서 공연예술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 대표는 살그시 프로젝트가 ‘인큐베이팅-수정·보완-검증-유통’이라는 공연 창작시스템의 개발 모델이 되기를 바랐다.

“관람객 반응까지 반영해 최종적으로 작품을 완성시켜가는 과정입니다. 또 지역에서 창작 뮤지컬을 만들 수 있게 프로덕션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된다고 보면 될 것입니다.” 뮤지컬 살.그.시 낭독공연 18~21일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5시. 010-2697-2560.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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