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민간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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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벌레에 물렸거나 상처가 났을 때 할머니께선 된장을 발라 주셨다. 효과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알 길은 없었지만, 어쨌든 상처는 며칠이 지나면 아물곤 했다. 배가 아프다고 징징거리면 할머니는 아픈 배를 빙글빙글 쓰다듬으며 문질러 주셨는데, 대체로 그 뒤엔 아픔이 제법 사그라들곤 했던 것 같다. 또 체했을 때는 엄지손가락 첫 마디에 흰 실을 칭칭 감은 뒤 바늘로 찔러 피를 내는 일도 있었다. 그러면 역시 체기가 사라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장년층이라면 어릴 때 한 번쯤은 겪어 봤을 듯싶다. 모두 이른바 민간요법이다.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나 주술적 방법으로 민간에서 오랫동안 치료와 그 경험 지식의 전승을 통한 축적으로 이뤄진 치료법이다. 대체로 의료 인력이 없거나, 있더라도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쉽게 치료를 받을 수 없는 경우 환자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이기도 했다. 일부 주술적인 성격이 강한 황당한 치료법도 있어서 현대로 접어들면서 민간요법은 과학적인 측면에서 많은 공격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요법에 관한 관심이나 수요는 끊어지지 않는다. 현대 의학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모든 질병에 대해 완벽한 답을 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현대 의학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그 틈새가 민간요법이 명맥을 유지하는 자리다. 이 때문에 민간요법은 대개 현대 의학의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운 긴급하거나 한계적인 상황에서 활용될 때가 많다. 간혹 민간요법이 현대 의학으로 상품화되는 경우가 있긴 하나, 현대 의학을 제치고 주류로 올라서기는 어렵다. 말 그대로 제한적인 영역에 머물 뿐이다. 현대 문명국가가 모두 그렇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 중인 북한이 주민들에게 의약품 대용으로 금은화(인동초) 또는 버드나무 잎을 달여 먹을 것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고 한다. 의약품 부족 상황을 민간요법 총동원으로 대응하려는 절박함이 묻어난다. 오죽 급하고 답답했으면 그럴까 하면서도, 한편으론 무슨 효과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이것으로 버틸 만큼 버텨 보겠다는 심산인 듯한데, 지난 2년여 동안의 팬데믹 교훈은 이게 불가능하다고 알려 준다. 비상 상황에서는 비상 처방이 필요한 법. 우리 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이미 도울 의사를 밝혔는데, 북한 당국이 너무 에움길로만 도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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