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지방선거, 더 나은 여성정책이 곧 미래다
변정희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상임대표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지방정부에 변화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6월 1일 치러질 지방선거의 결과는 어떤 의미에서는 대선보다도 지역 주민의 삶에 더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코로나19로 심각한 사회적 위기와 더불어 일자리 및 주거 문제, 저출생과 고령사회, 여성 안전의 일상적 위협, 필수돌봄노동의 위기 등을 생각하면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여성 정책은 그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안이기도 하다. 지자체장에 의한 성폭력 사건으로 보궐선거를 치른 부산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선거일을 앞두고 들려오는 암울한 소식들을 생각하면, 여성정책은 전진과 퇴행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만 같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성 비위 사건’이라 불리는 권력형 성폭력 사건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었다. 사건 해결에 있어 보다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고 있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이 반복이 어디서 연유하는지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성차별 구조의 끝에 극단적인 형태의 폭력이 드러나는 법이다. 4년 전이나 지금이나 100% 한쪽 성별로만 채워진 더불어민주당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그 구조적 차별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미래지향적 대안을 보여 주고 있는가? 소위 ‘젠더갈등’이라는 사회 혼란의 원인과 책임을 엉뚱한 곳에 전가하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추진하더니,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하고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 급급하다.
권력형 성폭력·구조적 차별 여전
여성정책 전진과 퇴행의 갈림길
지방선거 시민들 삶의 변화에 중요
공공기관 성희롱·성폭력 근절
여성 일자리 처우 개선·지원도 필요
여성의 삶이 나아져야 미래 밝아져
여성 폭력으로 이 사회가 치러야 하는 엄청난 비용을 생각할 때 그 원인인 성차별적 구조의 개선을 고민하는 것은 중앙과 지방정부 공통의 과제이다. 여성을 사적 영역에만 가두었던 과거로 후퇴할 생각이 아니라면 공적 영역에서 성평등 정책은 보다 더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부산의 여성 유권자들은 6·1 지방선거에 여성정책을 제안하기 위해 부산여성의제그룹을 결성하기도 했다. 부산여성의제그룹은 지난 4월 성평등위아의 주최로 열린 ‘2022 부산지방선거 여성정책 토론회’에서 부산시의 젠더폭력 예방, 성주류화, 성평등 정책에 대한 평가와 제언을 바탕으로 광역단체장 후보들에게 여성정책을 제안하고 협약을 추진하고 있다. 성평등한 부산을 만들기 위하여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추진될 필요가 있는 주요 여성 정책을 소개한다.
첫째, 공공기관 내 성희롱, 성폭력 등 여성 폭력 방지를 위한 체계를 강화하고 사건 해결이라는 사후 대응만이 아닌 사전 대응 단계로서의 예방 정책을 실천해야 한다. 광역단체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의 결과로 부산시에서는 공공기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단이 만들어지고, 출범 후 2년 동안 100건이 넘는 사건을 처리해 왔다. 반복되는 성희롱, 성폭력 사건은 구조적 문제이므로 개별 사건에 대한 해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성차별적 구조, 여성 대표성 문제, 조직 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때문에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단이 보다 강화된 위상을 통해 사건 해결에서 정책 변화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업무의 확대 개편이 필요하다.
둘째, 성차별적 구조를 해소하고 성평등한 조직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성평등 추진체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성인지 관점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할 여성가족국과 같은 행정 부처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 거점형 양성평등센터, 여성폭력방지종합지원센터와 같은 기관이 제 기능과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여성정책 라운드테이블 추진 등을 통해 보다 효율적인 거버넌스를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셋째, 여성 노동 관련 정책이 보다 튼튼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부산은 2021년 성평등 지수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전국 꼴찌를 기록했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보장하는 것은 지방 소멸의 위기 속에 가장 우선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저출생, 고령화사회 해법을 고민하는 가운데에서도 여성의 안정적인 일자리는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기도 하다. 또한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돌봄과 양육 등 필수노동 대부분이 여성 일자리인 점을 감안할 때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과 지원도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여성 공간을 고민하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 부산은 여성의 여가 활동 만족도 역시 전국 꼴찌를 기록했는데, 경제활동은 물론 여가 활동에 있어서도 전반적인 여성의 삶의 질이 매우 떨어져 있는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여성과 가족의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형태의 교류 공간, 여성문화예술, 여성전시공간, 여성청년공간은 성평등한 가치를 보여 줄 수 있는 상징적인 장소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여성정책이 마이너스에서 제로를 향해 가는 정책이었다면 이제는 제로에서 플러스를 향해 가는 여성정책을 만들어 가기를 미래의 부산 시장에게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