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시작부터 맥 빠진 부산모터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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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진 서울경제팀장

“이러다가 2024년 대회는 열릴 수 있을까요?”

오는 7월 열릴 제10회 부산국제모터쇼의 총괄주관사인 벡스코 내부에선 대다수 업체들이 불참 의사를 밝힌 올해 행사보다 2년후를 더 걱정하는 분위기다. 한때 참가업체만 20곳 안팎에 관람객 수가 100만 명 이상을 기록하며 인기를 누렸지만 모터쇼 회의론에 코로나19 등이 겹치면서 업체들이 대거 불참을 표명한 것이다.

부산모터쇼 6개 업체 참가…반쪽대회 전락
6개사 부울경에 꾸준한 애정…지역민 보답해야
벤츠·르노 불참에 비난…르노는 안방도 외면
부산모터쇼, 획기적 변신해야 생존가능

현재 이번 모터쇼에는 현대차그룹과 BMW그룹에서 3개씩 총 6개 브랜드만 참가 의사를 밝힌 상태다. ‘참가의 변’이 재미있다. “부산모터쇼에 나가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였다. 지난해 시장 점유율로만 따진다면 이들 6개 브랜드가 전체 내수시장의 78.3%를 차지했고, 국산 완성차 업계와 수입차 업계를 각각 대표하는 브랜드라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다.

두 그룹은 그동안 부울경 시장에 적잖은 공을 들였다. 현대차는 지난 2016년 부산 기장에 국내 최대의 사회인 야구장 ‘기장-현대차 드림볼파크’를 완공했다. 19만여㎡(약 5만 9000평) 부지에 야구장만 4개로, 각종 야구대회와 프로·사회인·중고교 야구팀의 전지훈련 장소 등으로 활용되면서 지역민들로부터 “역시 현대”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4월엔 부산 수영구에 문화·예술공간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까지 개관해 굵직한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모터스튜디오의 경우 수도권외 지역에선 부산이 유일하다. 개관한지 1년 남짓이지만 벌써 지역내 문화 명소가 됐다.

BMW그룹도 마찬가지다. 2001년 시작한 부산모터쇼에 2010년 한 번을 제외하고 모두 출전 중이고, 지난 2019년엔 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LPGA) 대회를 부산에서 매년 열겠다고 부산시와 협약을 맺기도 했다. 매년 부산에서 개최되는 바다하프마라톤대회도 후원했다.

이들 두 그룹의 부울경 지역에 대한 무한 애정에 지역민들도 차량 구매시 이들 브랜드에 ‘돈쭐’을 내줬으면 하는 마음까지 든다.

반면에 불참 기업들의 해명을 들어보면 ‘비용’, ‘본사의 글로벌 전략 차원’ 등이 많았다. “부산모터쇼가 ‘국제’를 내걸었지만 지역 모터쇼여서 투입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편으로 “모터쇼외에 차를 소개할 유튜버 등 다른 공간들이 많아졌다”는 것도 한 이유로 꼽힌다.

이 같은 불참 사태에 지난 12일엔 부산지역 시민단체들까지 나서서 “불참 선언은 단순히 참가 예산의 문제가 아닌 지역 홀대 문제며, 이는 곧 부산 시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적극적인 재검토가 없으면 불매운동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기존 입장을 번복한 업체는 아직 한 곳도 없다.

특히 수입차 업계 1위 메르세데스-벤츠와 부산이 본사인 르노코리아자동차의 불참에 대해선 두고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부산모터쇼 주최사인 부산시와 벡스코가 수차례 나서서 공을 들였지만 허사였다.

특히 르노코리아차는 자기집 안방에서 열리는 무대도 외면했다는 점에서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다. 가뜩이나 특혜분양을 받은 부산공장 내 제2공장 건립 외면, 제2공장 예정지 일부 부지 매각 등으로 ‘투자에 인색하고 돈만 밝힌다’는 지적을 받아온 터여서 이번 모터쇼 불참에 대한 지역 내 여론도 좋지 않다.

르노코리아차는 2년 연속 적자에 따른 비용 문제를 들었지만 지난달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지난해 실적 감사보고서에는 ‘미처분이익잉여금’이 7032억 원에 달했다. “돈 없어서 모터쇼 못간다”는 말은 거짓인 셈이다.

어쨌거나 부산시와 벡스코는 향후 부산모터쇼의 미래 방향타를 제대로 잡아야 할 처지다.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다음 모터쇼를 기약하기 어렵게 된 때문이다. 실제 해외 유수의 모터쇼들도 변신을 꾀하고 있다. 글로벌 모터쇼보다 첨단 미래 기술 전시장인 세계 최대의 IT·가전 전시회인 CES에 가겠다는 자동차 업체들이 많아지면서 모터쇼 위기론이 부각된 것이다.

지난해 9월 열렸던 독일국제자동차전시회는 행사기간을 3일 줄이고, 세계 최대의 맥주축제인 옥토버페스트와 연계하기 위해 개최 무대도 프랑크푸르트에서 뮌헨으로 변경했다. 전시 컨셉트도 단순한 신차 전시에서 이동성으로 주제를 바꿨다. 지난달 열린 뉴욕오토쇼는 아예 전기차를 테마로 했다.

이에 부산모터쇼조직위도 변화를 위해 다양한 곳으로부터 의견을 듣고 있다고 했다. 제대로된 변신을 기대해본다.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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