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 전략적 요충지 ‘천성진성’ 위용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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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전 천성진성 제5차 발굴조사 현장 설명 모습. 성벽 내벽부 모습으로 왼쪽은 3단의 층단식 뒤채움 석축, 오른쪽은 계단지다. 작은 사진은 ‘가정18년’(嘉靖十八年, 1539년) 명문이 새겨진 암막새 기와.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부산포해전을 치르면서 해전의 교두보이자 전략적 요충지로 사용한 가덕도 천성진성(부산시기념물 제34호)의 성곽 위용이 확인됐다.

부산박물관은 75일간의 천성진성 제5차 발굴조사(시굴 1만 3325㎡, 발굴 750㎡)를 통해 남해안 수군진성(水軍鎭城) 최대 규모의 계단지와, 장대 기능의 포루(鋪樓, 치성 위에 설치한 누각) 흔적을 확인했다고 지난 20일 현장설명회에서 밝혔다. 특히 1544년 중종 39년에 이 성곽이 조성됐다는 것을 실제 증명할 수 있는 ‘가정18년’(嘉靖十八年, 1539년) 명문 기와와 다양한 기와 조각들, 쇠화살촉, 분청사기·백자 조각들을 비롯한 다수의 유물을 외벽부와 건물지 등에서 수습했다.

임진왜란 부산대첩 교두보 사용
부산박물관, 5차 발굴 현장설명회
최대 규모 계단지·포루 흔적 확인
1539년 명문 기와·백자 조각 수습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어
‘사적’ 격상 복원 주장 힘 실려

남해안 수군진성에서는 보기 드문 최대 규모의 계단지는 너비 5.5m로, 성곽으로 올라갈 수 있는 8~9단의 계단으로 확인됐다. 거제 사등성, 하동읍성 등 남해안 일원 조선시대 성곽의 계단지는 그 너비가 1.5~2m에 불과하다. 내벽에서 발견된 3단의 층단식 뒤채움 석축은 성곽을 지지하기 위한 시설로 조선 전기의 전형적 기법으로 확인됐다.

계단지와 이어진 치성(雉城, 방어를 위한 돌출 성벽) 위에서는 장대 기능의 포루(鋪樓, 치성 위에 설치한 누각) 흔적이 발굴됐다. 주춧돌과 바닥에 와전을 정교하게 깔았던 흔적, 기와 조각 등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 확인됐다. 포루는 천성진성에서 진해만을 넓게 관망하는 위치로, 그 아래쪽에 바로 성의 관아가 있어 장졸들을 통솔하는 장대 기능을 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와 함께 성곽 아래 쪽에서는 총 3기의 건물지도 확인됐다.

이와 관련, 남해안 최대 규모의 계단지와, 성벽 위 포루가 확인된 천성진성을 사적으로 격상시켜 ‘부산의 이순신 유적’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1592년 임진년 때 이순신 장군이 7, 8월에 걸쳐 가덕도에 4일간 머물렀다는 기록은 이미 확인됐다. 그중 2일간은 천성진에 머물거나 밤을 샜다는 분명한 기록이 있다. 학술자문위원인 서치상 부산대 명예교수는 “이충무공에게 천성진은 부산포의 왜군 격파를 위한 교두보이자 최전선에 해당하는 곳”이라고 했다. 발굴조사 자문위원인 윤용출 부산대 명예교수도 “천성진은 부산대첩을 치르기 위한 중간 발진기지로서 이곳이 아니었다면 부산대첩의 큰 성과는 없었다”고 천성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순신 장군이 가덕도에 머문 4일 중 나머지 2일간은 가덕도 북변과 가덕진성을 이용한 것으로 밝혀져 있다. 하지만 가덕도 성북동의 가덕진성은 그 일대에 들어차 있는 공공기관과 민가로 인해 상당부분 파괴된 상태다. 그래서 거의 원형 그대로 남아있는 천성진성의 의미가 더 중요한 것이다. 보존 상태가 양호한 천성진성만 1989년 부산시기념물 제34호로 지정됐다.

근년 부산에서는 부산포해전을 ‘부산대첩’으로 재발견해나가고 있다. 지난 2018년 부산에서는 부산대첩기념사업회도 만들어져 관련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순신 전문가인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은 “임진왜란 때 조선 수군이 남해 해상의 제해권을 완전히 장악하는 데 한산대첩 이상으로 부산대첩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했다. 그만큼 부산대첩의 큰 성과를 만들어낸 천성진을 더욱 조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은우 부산박물관장은 “부산시민의 날이 부산포해전 승전일인 10월 5일로 정해진 것은 부산 시민들이 잘 알고 있으나, 부산포해전을 위해 이순신 장군이 천성진을 적극 이용했다는 점은 지금까지 소홀히 다루어졌다”며 “이순신 장군 유적으로서 천성진이 부산의 역사 문화적 자산으로 더욱 조명돼야 한다”고 했다.

글·사진=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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