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두기 끝·야외 활동 재개…‘굳어 있던 몸’ 관절 주의보
해운대부민병원 조현익 스포츠재활센터장이 골프 엘보로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도수 치료를 하고 있다. 해운대부민병원 제공2년여에 걸쳐 우리 일상을 무겁게 짓눌렀던 코로나19 팬데믹이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활동의 제약도 풀리면서 그동안 미뤄왔던 단체 모임 및 야외 활동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보복 소비, 보복 여행에 이어 최근에는 ‘보복 골프’라는 말까지 등장할 정도로 골프장은 연일 ‘부킹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국의 유명 산들도 모처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기분 좋게 땀방울을 식히려는 등산객들이 몰리면서 코로나 이전 풍경을 되찾아가고 있다. 적당한 운동은 건강한 삶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다. 하지만 무리한 활동은 자칫하면 부상을 부를 수 있어 안 하느니만 못하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장기간 활동량이 줄어 온몸의 근육이 굳어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무리한 운동을 시작하면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골프·테니스로 인한 팔꿈치 부상
무리한 산행, 무릎 관절에 큰 부담
통증 발생하면 충분한 휴식 필요
운동 전후 워밍업·스트레칭 꼭 하길
골프채 휘두르다 팔꿈치 부상 주의
골프는 축구, 농구와 같은 운동보다 훨씬 몸에 무리가 덜 하고 안전하다고 생각해 시니어들도 많이 즐기는 레저 활동이다. 하지만 의외로 부상이 잦은 운동이기도 하다. 골프는 지나치게 한 방향으로만 힘을 쓰는 대표적인 운동이어서 특히 그렇다.
골프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흔한 병은 팔꿈치에 발생하는 내상과염(골프 엘보)과 외상과염(테니스 엘보)이다. 오른손잡이 기준으로 제대로 친다면 우측 팔꿈치는 내상과염이 잘 오고 좌측 팔꿈치에는 외상과염이 잘 온다. 하지만 잘못된 스윙으로 땅을 치게 된다면 반대로 올 수도 있다.
발병 원인을 살펴보면 손과 손목을 움직이는 힘줄은 전선처럼 팔로 이어져서 팔꿈치의 안쪽(내과)과 바깥쪽(외과)에 붙게 되는데 반복적인 사용으로 힘줄이 팔꿈치 뼈에 붙는 곳이 미세하게 찢어지게 되는 것이다. 미세한 파열이 일어나면 통증이 발생해 팔꿈치를 구부리고 펴기가 힘들며 심할 경우 물 컵을 떨어뜨리거나 세수 같은 일상 동작에도 통증을 느끼고 팔을 쓰기가 어렵게 된다. 발병 초기에 과사용을 중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저절로 나을 수 있는 병이지만 통증을 참고 무리하게 계속 팔을 쓰게 되면 자가 치유의 능력을 넘어서서 제대로 치유가 되지 않고 만성적인 통증을 일으키는 상태로 악화된다.
해운대부민병원 조현익 스포츠재활센터장(정형외과 전문의)은 “테니스 엘보나 골프 엘보는 초기에는 적절한 휴식과 보존적 치료만으로 나을 수 있지만 장기간 통증을 참고 방치하거나 스테로이드 주사 등을 맞으며 과사용을 지속한 경우 예후가 좋지 않을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며 “통증이 생겼다면 우선 운동을 쉬거나 과사용을 줄이되 약 2주 이상 통증이 지속될 경우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조현익 센터장은 특히 운동으로 인한 통증은 운동으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해 팔이 아파도 무리하게 계속 쓰는 이들이 있는데 이는 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행동이라고 경고했다.
하산 때 평소보다 무릎에 3배 압력
특별한 기구가 필요 없고, 시간 제약 없이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운동인 등산은 효과도 뛰어나 많은 이들이 취미로 즐기고 있다. 등산은 유산소 운동이면서도 하체근육과 허리근육을 골고루 발달시킬 수 있는 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몸 풀기 없이 산행에 나섰다가 무리한 활동으로 부상을 입는 경우가 잦다. 울퉁불퉁한 길을 걷다가 미끄러져 넘어지는 경우뿐만 아니라 무릎에 원래 퇴행성관절염 등이 있었다면 등산 자체로 고질병이 악화될 수 있다.
구부려서 비틀거나 힘을 주는 동작은 무릎에 별로 좋지 않다. 대표적으로 쪼그려 앉기가 있는데 이 경우 정상적인 상황보다 약 7-8배의 압력이 무릎 관절에 가해져서 연골판 파열 등이 잘 일어날 수 있다.
특히 하산 시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는데 무릎을 약간 굽힌 상태에서 경사를 내려갈 때 몸무게와 위치에너지가 더해지면서 평지 때보다 약 3배가량의 압력이 무릎에 가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무릎의 연골판이 찢어지거나 연골이 닳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무릎의 연골 및 연골판이 정상인 젊은 사람의 경우에는 이 정도의 부하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50세 이상의 중년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50대 이상 연령층에서는 어느 정도의 퇴행성관절염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미 무릎의 일부 연골이 마모되고 연골판에 퇴행이 와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하중이 부하되면 병이 심해질 수 있다. 실제로 초기 및 중기 정도의 무릎 퇴행성관절염이 있었지만 약물치료로 잘 유지되던 이들이 등산 후 무릎이 붓고 아파서 확인해보니 연골판 파열로 진단받는 경우가 왕왕 있다.
조현익 센터장은 “무릎에 좋은 운동은 평지 빨리 걷기와 수영, 실내자전거 등이 있다”며 “등산은 중기 이상의 퇴행성관절염이 있는 환자에게는 사실상 권하지 않는다. 꼭 하고 싶다면 운동전에 본인의 무릎상태를 확인하고 적절한 낮고 평탄한 산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등산 후 무릎이 펴고 구부러지지 않거나 많이 붓는 경우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근골격계 질환은 한번 손상되면 치료가 어렵고 만성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본격적인 야외활동이나 스포츠를 앞두고 운동 전후로 충분한 워밍업 및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부상 방지와 관절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한 운동 전에는 온찜질, 운동 후에는 얼음을 활용한 냉찜질이 관절 부상 예방에 효과적이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