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준 “정시 비중 늘려선 안 돼” vs 하윤수 “현재 35%보다 늘려야”
부산교육감 후보자 현안 찬반 입장

앞으로 4년간 부산교육을 이끌 수장을 뽑는 6·1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7일부터 시작되는 사전투표를 고려하면 선택을 위한 고민의 시간은 사흘밖에 남지 않았다. 특히 올해는 만 18세가 된 고3 학생들이 처음 투표에 참여하는 지방선거이기도 하다. 부산의 선거인 수는 291만 6832명으로, 이 중 18~19세는 5만 6145명(1.92%)이다.
<부산일보>는 앞서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부산시교육감 선거에 나선 김석준 후보(현 교육감)와 하윤수 후보(전 부산교대 총장)의 교육철학과 현안에 대한 생각을 살핀 데 이어 ‘후보가 후보에게 묻다’를 통해 공약에 대한 송곳 검증을 진행했다. 이 중 학생·학부모 등 교육가족의 관심사가 높은 사안만 추려, 두 후보의 입장을 정리했다.
부산 학생, 내신 중심 수시가 유리
동시 성적 측정은 사교육 확대
고교학점제 2025년 전면 도입
특목고, 설립 취지 어기면 취소
■정시 확대
김석준 후보는 정시 비중 확대 흐름에 반대 입장이다. 그동안의 대학 진학 추이를 볼 때 부산지역 학생들에겐 수능 중심의 정시보다, 내신 등 학교생활 위주로 평가하는 수시가 더 유리하기 때문에 정시를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반면 하윤수 후보는 ‘공정성’을 이유로 정시 확대를 주장한다. 조국 사태 이후 수시 제도에 대한 불신과 정시 확대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크기 때문에, 정시 비중을 현행 35% 수준보다는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정확한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두 후보의 입장 차가 분명한 가운데, 정시 확대 여부는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전수 학력평가
전수 학력평가 부활에 대해서도 김 후보는 반대한다. 전국 모든 학생들이 같은 시험으로 성적을 매기면 지역간 학교간 경쟁이 심화하고, 이는 경쟁 교육과 사교육 확대라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게 김 후보의 생각이다. 김 후보는 “학생의 학력 수준은 AI 진단 시스템 등을 통해 훨씬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전수 학력평가는 낡은 방식”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 후보는 초등학교의 기초학력 평가, 중·고등학교의 학업 성취도 평가를 통해 학력을 아는 것은 선생님과 학부모의 알 권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교육을 통해 학력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당초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전수 학력평가 도입을 공약했지만, 새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선 빠진 상황. 하 후보는 “정부에서 전수 학력평가를 부활시키지 않을 경우 대구 등 일부지역처럼 부산만이라도 전수 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조국 사태 이후 수시 불신 높아
학업 평가, 교사·학부모 알권리
고교학점제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서부산권에 특목고 추가 설립
■고교학점제
2025년 전면 시행될 예정인 고교학점제의 경우 두 후보 모두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추진 속도에선 차이를 보인다. 김 후보는 수 년 전부터 해당 제도를 준비해왔고, 특히 부산 같은 대도시의 경우 지역대학이나 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고교학점제를 시행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기 때문에 2025학년도 전면 도입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하 후보는 현재의 입시제도를 그대로 둔 채 3년 뒤 고교학점제를 전면 도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한국교총 회장 시절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교사의 70% 이상이 ‘전면 시행에 반대한다’고 답한 점을 근거로, 교사 확충 등 제도 보완을 한 뒤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자사고·특목고
2025년 일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될 예정이던 자사고와 국제고·외국어고는 새 정부 방침에 따라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와 하 후보 모두 교육의 다양성과 수월성을 위해 ‘고교 다양화’ 정책에 공감대를 보인다. 다만 김 후보는 그동안 특목고가 설립 취지와 달리 명문대 진학을 위한 통로로 전락한 점을 들며, 정해진 평가 기준에 따라 설립을 취소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하 후보는 현행 유지를 넘어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동서 교육격차 해소 방안 중 하나로 서부산권에 자사고와 특목고를 추가로 설립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현재 서부산권에는 사하구에 부일외고와 부산일과학고 등 2곳의 특목고가 있는데, 김 후보는 “현재로도 충분하다”, 하 후보는 “사상구와 북구에 1곳씩 추가 설립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시민교육
김 후보는 민주시민교육이 학생들의 민주시민 자질을 키우는 교육이라고 보는 반면, 하 후보는 특정 이념에 편향된 교육으로 규정해 없애겠다는 입장이다. 민주시민교육은 2018년 교육부의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종합계획에 따라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하 후보는 민주시민교육이 노동·통일·학생인권 등 특정분야에 치중돼 있고, 민주시민 자질 교육은 기존 교과목 안에도 포함돼 있어 별도로 가르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민주시민교육을 없애는 대신 인성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후보는 ‘존중 프로젝트’ 등 이미 인성교육을 강화해온 만큼 지금처럼 민주시민교육과 인성교육을 함께 가져가다는 방침이다.
■학생인권조례
부산지역은 올 1월 시의회 주도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하다 보수 교육단체와 학부모계가 반발하며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김 후보는 2014년 초선 때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공약했지만 이후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는 조례 제정보다는,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학칙을 개정하고 학생·학부모 참여 활성화 등이 실질적인 학생인권 신장에 더 효과적이라는 입장이다.
하 후보는 학생인권조례를 분명히 반대한다.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면 상대적으로 교권이 더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상대적으로 교권 강화에 더 방점을 두고 있다. 대신, ‘학생에겐 기초학력이 곧 인권’이라는 생각을 여러 차례 밝히며 ‘학력 신장’을 강조하고 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