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性이야기] 고환을 만지는 남자
박현준 부산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남성학을 전공하는 필자가 진료실에서 만나게 되는 환자들 가운데는 자칫 놓치고 지나가면 상당한 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는 질환을 스스로 발견해서 오시는 분이 계신다. 더욱 놀라운 것은 별다른 통증이나 이상 증상이 없는데도 의료지식이 많지 않은 환자분께서 그렇게 하셨다는 것이다.
이분들의 공통된 특징이 하나 있다. 바로 샤워하거나 옷을 갈아입을 때 본인의 음낭, 고환을 자주 만져보신다는 것이다. 이런 습관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증상 없이 서서히 생겨서 몰래 커지는 병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렇게 발견되는 남성질환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성인형 음낭수종, 부고환 낭종, 고환종양, 정계정맥류 등이 있다.
이중에서 필자가 환자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질환은 단연코 정계정맥류란 병이다. 정계정맥류는 남성의 약 10~15%에서 생길 수 있는 드물지 않는 질환이다.
정계정맥류는 우리 신체와 고환을 연결하고 있는 핏줄이 굵게 확장되어 발생한다. 마치 다리에 생기는 하지 정맥류가 남성의 고환에도 생긴다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수 있다. 정계정맥류는 방치할 경우 고환 주변의 온도를 높이고, 독성 물질을 분비해서 고환에서 정자를 만드는 능력을 쇠퇴시킨다. 심한 경우 불임으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발견만 된다면 수술로 간단히 해결될 수 있지만, 문제는 정계정맥류 환자의 약 80~90%가 고환의 통증이라는지 불편감 같은 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병이 생긴 지도 모르고 지내다가 결혼 후 아이가 생기지 않아 병원을 찾은 후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본인 스스로 고환을 만지다가 양측 고환의 크기가 다르거나, 굵은 라면 면발 같은 핏줄이 만져지거나, 한쪽 고환이 아래로 축 처져있는 것을 자각하고 비뇨의학과 의사를 찾아가게 되면 다행히 일찍 치료를 받을 수가 있다.
고환 종양도 정계정맥류와 같이 환자분이 스스로 발견해서 병원을 찾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전혀 아프거나 불편하지 않는데 어느날 갑자기 한쪽 고환에 딱딱한 멍울이 만져지고 커진다며 병원을 찾아 조기에 암을 진단받는 경우이다.
정계정맥류, 고환종양의 경우와는 달리 고환을 자주 만지고 예민하게 반응해 없는 병을 키워서 오시는 환자도 있다. 만성적인 부고환 통증, 고환 통증이 이러한 경우에 해당된다.
특히 부고환은 내부가 아주 가느다란 관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를 습관적으로 지속적으로 만져서 자극을 가하게 되면 없던 통증도 유발하고 부고환이 두꺼워지고 혹처럼 발전하게 된다. 아무튼 자신의 주요부분을 수시로 살피고 관찰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과 이러한 습관으로 자신의 건강 위험인자를 사전에 발견하게 된다는 점은 남성학을 전공하는 필자에게는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3인3색 성이야기’ 새 필진으로 부산대병원 비뇨의학과 박현준 교수가 참가한다. 박 교수는 현재 편집장과 아시아남성건강갱년기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