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국 참여 ‘중국 견제’ 역내 최대 경제협력체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고위급 화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미국이 주도하는 ‘반중(中) 연대’ 성격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가 23일 오후 공식 출범했다.
역내 최대 경제블록인 IPEF가 본격 시동을 걸면서 국내 기업들과 경제계에서는 “공급망 안정을 위한 중대 전환점”이라는 평가 속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한·미·일·인도·베트남 등 연대
인도·태평양 새 경제블록 시동
공급망·디지털·청정에너지 의제
6월 장관회의 통해 세부 협의 계획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3일 오후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출범 정상행사 직후 화상으로 개최된 참여국 장관회의에 참석했다. 이번 장관회의에는 한국,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인도 등 IPEF 출범에 참여한 13개국 장관들이 참석해 IPEF 출범 이후 진행될 협의 절차 등 향후 논의 방향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전 세계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촉발된 공급망 교란, 기후위기, 급속한 디지털 전환 등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IPEF의 출범은 매우 시의적절하며, 새로운 도전에 맞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경제협력체로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를 표명했다.
안 본부장은 “특히 IPEF가 공급망, 디지털, 청정에너지 등 새로운 이슈를 다루는 만큼 기존의 틀을 넘어선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참여국들이 향후 논의를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것을 당부했다.
이번 장관회의에 참석한 각국 장관들은 IPEF가 개방적이면서도 포용적인 역내 경제협력체로 발전할 수 있도록 긴밀히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 IPEF 참여국들은 6월 차기 장관회의를 개최해 세부 의제별 협의 등을 통해 모멘텀을 이어갈 예정이다. IPEF는 기존 자유무역협정(FTA)과 달리 팬데믹 이후 부각되는 공급망·디지털·청정에너지 등 신(新)통상의제를 핵심이슈로 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경제통상 플랫폼이다.
IPEF는 한국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지역 주요 12개국과 미국이 함께 참여하는 거대 경제협력체로서, 국내총생산(GDP)과 인구 기준으로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보다 큰 규모의 경제블록이다. 이들 참여국과의 교역량은 대한민국 전체 교역량의 40%를 차지할 정도다.
우리나라는 IPEF 출범 초기부터 주도적 참여함으로써 공급망, 디지털, 청정에너지·탈탄소 등 인도·태평양 지역 통상규범 논의에 룰메이커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IPEF 참여는 우리 기업들에게 공급망 안정화와 다변화, 경쟁력 강화, 해외 진출 기회 확대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IPEF에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주요 신흥국이 동참함으로써 인프라 투자, 역량강화 등 공동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의 인도·태평양 지역 진출 기회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경제단체와 기업들은 IPEF 출범을 환영하면서도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IPEF 참여를 통해 한·미 간의 경제안보동맹이 강화되고 공급망이 다변화·안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일각에선 자칫 한·중 관계가 악화되고 중국의 경제 보복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IPEF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반중 연대’의 성격을 띠는 만큼 우리 기업들로서는 일정 부분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IPEF의 의제 정도만 나왔고 구체적으로 어떤 실천이 있을지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서 개별 기업에 어떤 영향으로 다가올지는 가늠하기 어렵다”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선 글로벌 경제 협력체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기업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중국 관련 반응은 조심스러운 부분”이라며 “우리나라 경제에서 중국 관여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 IPEF의 구체적인 활동 방식이 정해지고, 그에 대해 중국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관건”이라고 언급했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IPEF의 핵심이 글로벌 공급망 협력 강화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환영하는 입장”이라면서도 “아무래도 중국과의 갈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 중국과의 관계를 잘 설정할 수 있어야 하고, 정부가 대응 방안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