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후보 초박빙 접전 속 ‘무소속 변수’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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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기초단체장 후보 - 현장에서 만나다] 거제시

위로부터 거제시 곳곳에서 선거 운동을 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변광용 후보, 국민의힘 박종우 후보, 무소속 김한표 후보. 각 후보 캠프 제공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사업장이 있는 경남 거제는 명실상부 ‘조선 도시’다. 진보·야권 성향의 조선업 종사자들이 전체 인구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데다, 시민 평균 영령도 39.8세로 경남(평균 43.9세)에서 가장 젊다.

그럼에도 1995년 민선 단체장 시대 개막 이후 줄곧 보수당과 보수 성향 후보가 지방 권력을 독식했다. 판이 뒤집힌 건 2017년 조기 대선 직후다. 김영삼·문재인 전 대통령 고향으로 이듬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시장은 물론 지방의회까지 민주당이 과반의석을 꿰찼다.

변광용 “추진 중인 사업 매듭”
시장직 중요성·전문성 강조
박종우 “4차·첨단 산업 유치”
거제 발전 초점 맞춘 경제 공약
김한표 “풍부한 경험과 능력”
정치·행정 노하우 전면 내세워
민주·국힘 후보 오차범위 접전
무소속 후보가 ‘캐스팅 보트’

비록 2020년 총선에서 패배해 기세가 꺾였지만, 3월 대선을 통해 다시 반등 기회를 잡았다.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44.69%를 득표하며 김해에 이어 경남에서 두 번째로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번 지방선거도 박빙이 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최대 변수는 재선 국회의원을 지낸 김한표 전 국민의힘 의원이다. 지난 총선에 이어 시장 후보 경선에서도 컷오프(공천 배제)되자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보수층 지지가 공고한 김 전 의원의 가세는 야당엔 호재, 여당엔 악재다.

실제로 가장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한국사회여론연구소, 14~15일, 500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P))에서 민주당 변광용 후보와 국민의힘 박종우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단 0.7%P로 나타났다. 변 후보 34.3%, 박 후보 35%로 백중세다. 이런 상황에 무소속 김한표 후보가 무려 15.2%를 가져갔다. 무소속 김승철 후보는 3.5%. 2강·1중·1약 구도 속에 김한표 후보가 캐스팅보트를 쥔 셈이다.



변광용 “중단없는 거제 발전, 한 번 더”

23일 아침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 시장 감투를 내려놓고 출근길 인사에 나선 민주당 변광용 후보가 스치는 노동자 한 명, 한 명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이며 몸을 낮춘다.

거제지역 최초의 민주당 시장으로 재선 도전에 나선 변 후보는 “시장은 연습하고 배우는 자리가 아니다. 너무나 중요하고, 무겁고, 책임 있는 자리”라며 “초보 운전자에게 이런 막중한 시대적 사명을 맡길 순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지난 4년간 24만 시민과 함께 만든 큰 성과와 기반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면서 “앞으로 4년은 민선 7기에서 구체화해 추진 중인 사업들을 확실하게 매듭짓고 이를 바탕으로 풍요롭고 지속 성장하는 전국 최고의 도시로 거듭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람들이 떠나는 거제가 아니라, 살기 좋아 물밀듯 밀려오는 활력 넘치는 거제, 아이부터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24만 시민 모두가 평화롭고 행복한 거제를 꼼꼼하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좋은 일자리로 먹고사는 걱정이 없는 내 삶이 풍요로운 거제, 조선 해양과 신산업이 함께하는 살맛 나는 거제, 시민 모두가 평화로운 행복이 넘치는 따뜻한 거제, 공정과 정의가 살아있는 사람이 희망인 거제를 함께 만들어 가자”며 지지를 호소했다.



박종우 “거제를 새롭게, 시민을 힘 나게”

공식 선거운동 개시 후 첫 주말, 고현시장을 찾은 국민의힘 박종우 후보는 특유의 넉살로 유권자들 사이를 파고들었다. “어무이 아부지, 종우 왔십니더. 우짜든지 야무지게 단디 하겠습니다.” 너스레를 떨며 손을 잡고 일일이 눈을 마주친다.

‘일 잘하는 경제시장’을 호언한 박 후보는 변광용 시정 4년에 대해 “산업과 경제라는 개념이 없었다. 거제가 부도나게 생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적인 예로 지역경제의 근간인 대우조선해양이 불법 매각될 위기에 처했을 때도 시장은 중앙정부의 정치적 논리만 옹호하며 민의를 외면했다”면서 “더 이상 거제를 민주당에 맡겨선 안 된다”고 했다.

또 남부내륙철도, 가덕신공항, 고속도로·국도 연장 등 광역 교통망 구축으로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대변혁을 맞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거제가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이번 기회를 절대 놓치면 안 된다. 정치적 논리를 떠나 진정 일 잘하는 일꾼을 뽑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번 한 약속은 갚아야 할 빚이다’라는 좌우명으로 살아왔다”면서 “조선업을 첨단화하면서 4차 산업 기반의 첨단 산업을 유치해 산업 구조를 재편하고 관광산업을 집중 육성해 절대 흔들리지 않는 100년 경제 기반을 다지겠다”고 약속했다.



김한표 “검증된 인물, 레전드 4번 타자”

2012년 제19대 총선에 이은 또 한 번의 무소속 돌풍을 자신한 김한표 후보는 “사람은 본 만큼 생각하고 생각한 만큼 행동하게 된다. 농사도 지어 본 사람이 잘 짓는다”면서 ‘청와대 10년·국회의원 8년’을 통해 쌓은 정치·행정 노하우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물은 어떤 그릇에 담기느냐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듯 거제도 어떤 사람이 앞장서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며 “거친 풍랑과 파고를 넘어 현재의 난맥상을 풀어가는 동시에 지역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려면 무엇보다 풍부한 경험과 능력이 필수”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나온 정치 여정은 시련도 있었지만, 보람도 많았다. 이제는 오직 고향 발전과 거제시민을 위해 그동안 배운 모든 지식과 경험, 노하우를 쏟아부어 지금과는 다른 거제를 꼭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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