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고슴도치선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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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소(1962~ )

울고 싶을 땐

그냥 울어라 내 딸아



울음을 너무 참으면

네 몸뚱이가 눈물단지로 변한단다

네 영혼이 가시방석으로 변한단다



내 딸아

울고 싶을 땐 그냥 울어라



너무 오래

울음을 참으면



사막과 결혼하게 된단다



-시집 (2016) 중에서



딸은 울고 싶지만 참고 있다. 말하고 울고 싶지만 끝끝내 참는다. 보다 못한 시인 엄마는 ‘내 딸아 울고 싶을 땐 그냥 울어라’고 한다. 울지 못하면 ‘울음을 참으면 사막과 결혼하게 된단다’라고 넌지시 일러 준다. 시인은 어땠을까. 울고 싶을 땐 그냥 울었을까. 사막과 결혼하게 된다는 것은 어떻게 알았을까. 우리 사회의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살기 좋아졌을까.

인간관계가 어렵다는 말을 주위에서도 자주 듣는다. 각자도생의 시대이고 영국의 정치사상가 토마스 홉스(1588~1679)가 에서 말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실감나는 시대 아닌가. 아들아. 너도 울자. 울음은 소리 내는 것이지, 쓰는 것도 참는 것도 아니란다.

성윤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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