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래의 메타경제] 상생의 리더십이 필요한 부울경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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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대 글로벌경제학과 명예교수

부산 시민들이 한마음이 되어 절절한 바람을 담아 대대적인 운동을 벌인 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가까이는 30년 전 삼성자동차를 유치하기 위해 온 시민이 나서 운동을 펼쳤던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 가덕도 바닷가에서부터 금정산성까지 시민들의 발길이 닿는 곳에서는 모두 삼성차 유치 지지 서명을 받았다. 신발산업의 몰락으로 위기에 빠진 부산 경제를 살리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그보다 한참 이른 1949년 6월 25일에 또 한번의 커다란 시민들의 움직임이 있었다. 날짜를 기억하는 것은 그로부터 꼭 1년 후 한국전쟁이 발발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부산특별시 승격 운동이었다. 당시까지는 직할시라는 말이 없었기 때문에 서울과 같이 특별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역사적 응어리에 지역 이해 달라 진통
산업과 인재, 공간의 초광역화 절실
미래 위해 서로 존중 절충점 찾아야

삼성자동차 유치 운동이 부산 경제의 위기 상황에서 나온 것인데 반해, 특별시 승격 운동은 한국전쟁 전에 이미 인구 50만을 넘긴 부산의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래서 야심 차고 거칠게 운동을 전개하였다. 그러나 현실의 벽을 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네 번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고, 그 중 두 번은 국회의 표결에서 모두 5표 차이로 통과되지 못했다.

누가 왜 반대했을까? 서울은 부산이 서울과 같이 특별시가 되는 것을 불쾌하게 여겼고, 경남은 부산이 자신의 뿌리였던 경남을 버리고 나가려고 하는 것에 분개하였다. 1950년대를 통해서도 계속 승격 운동을 이어 갔지만, 열매를 맺는 데에는 운동이 시작되고 13년의 세월이 필요하였다. 1963년 1월 1일이 되어서야 직할시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명칭도 특별시 대신 직할시가 되었고, 경남과는 냉랭한 관계가 남았다.

지난해 12월 28일 개통되었던 동해선을 타고 새해 첫날 울산에 갔다 왔다. 꼭 울산을 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동해선을 타 보기 위해 울산에 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처음 개통된 광역전철이라는 보도가 많이 있었고, 먼 거리를 운전해야 했던 길을 편하게 다녀올 수 있다는 유혹도 있었다.

부산을 넘어서자 듣지 못 했던 역 이름들이 나왔고, 차창 밖의 풍경이 달라졌다. 부산에서는 보기 어려운 화학공장의 큰 굴뚝과 배관들이 위압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면서, 공업도시 울산의 힘이 만만찮음을 과시하고 있었다. 동해선에 이어 부전과 마산을 잇는 복선전철 공사도 진행 중에 있는데, 이 또한 곧 개통이 되면 부산과 창원을 한 시간 권으로 묶어 줄 것이다. 그리고 창원 역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큰 공장들이 당당한 위용을 자랑하려고 할 것이다.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남과 울산 모두에서 부울경 메가시티 출범을 둘러싼 다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4월 19일 역사적인 출범을 알린 ‘부산울산경남특별연합’이 업무 협의도 아직 못 하고 있는데, 이에 더하여 선거를 앞두고 통합에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부울경 초광역경제권’이 만들어질 경우 대도시인 부산으로 사람과 자원이 빨려 들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저변에 깔려 있다. 과거 경남은 알짜배기 부산이 경남에서 빠져나가는 것에 반대했었다.

경남에서 부산이 떨어져 나올 때 진통이 있었듯이 부울경이 하나가 되는 과정도 쉬울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일정한 공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 나름의 이해를 갖게 마련이고, 더욱이 부산이 거칠게 떨어져 나왔던 역사적인 응어리도 여전히 조금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오랜 시간 통합의 진통을 겪을 수는 없다.

우리의 목표와 비전이 너무 절실하고 또 명확하기 때문이다. 부울경 통합은 산업과 인재 그리고 공간을 초광역적 영역에서 새롭게 재편하는 큰 그림이다. 동남권의 주력산업인 미래 차와 친환경 선박 그리고 미래형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이와 함께 자립적인 인재 양성 시스템과 광역 교통망을 갖춘 메가시티로 성장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따라서 최대한 진통의 시간을 줄이고 힘을 모아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거친 열정이 아니라 상생의 리더십이다. 새로운 활력의 수혈이 필요한 것은 부산뿐만이 아니다. 기존 산업이 성숙기에 도달하여 산업구조조정이 필요한 경남과 울산도 변화가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일주일 후면 부울경 광역자치단체장이 다시 결정된다. 선거를 앞두고 지역을 우선하는 행보를 보일 수는 있지만, ‘부울경 특별연합’의 의미를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부울경의 미래가 달린 큰 통합에 대하여, 당선과 함께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절충점을 찾아가는 상생의 리더십을 보여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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