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만 군사개입’ 발언 후폭풍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시 대만 방어를 위해 군사개입을 하겠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부산일보 5월 24일 자 12면 보도)과 관련해 중국이 강력 반발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략적 모호성 폐기는 아니다. 정책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해명하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군사 개입 기자 질문에 “예스”
중국, “불장난” 원색 비난하자
“전략적 모호성 폐기 아냐” 진화
24일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미국이 대만 정책으로 유지한 ‘전략적 모호성’과 관련해 “그 정책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어제 발언할 때도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고 해명했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은 미·일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개입을 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예스(예). 그것이 우리의 약속”이라고 답해 파장이 일었다. 이어 “(대만 침공은)지역 전체를 혼란에 빠트리고 우크라이나 사태와 비슷한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대만과 우크라이나를 같은 맥락으로 묶었다.
이에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즉각 “대통령 발언은 대만에 자위 수단을 제공하는 대만관계법을 강조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중국에서는 거센 반발이 터져나왔다.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14억 인민의 대립면에 서지 말라”고 반발했고, 주펑롄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불장난하면 타 죽는다”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쏟아냈다. 중국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하나의 중국’ 정책의 유명무실화를 노리는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는 24일 “바이든의 대만 군사개입 발언은 실수가 아니라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명무실화하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일단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중국 억지를 위한 인도·태평양 내 대만의 군사적 중요성을 감안한 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기류 변화가 대만 해협의 긴장 파고를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일부 학자 사이에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침공 후 수렁에 빠진 러시아처럼 중국도 ‘대만의 늪’에 빠지도록 만들려는 의도 아래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