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음주운전에 교통사고까지… ‘PM 기본법’ 도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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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헬멧 없이 타길래 저도 무심코….”

24일 오후 1시 45분 부산 남구 부경대학교 정문.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채 공유형 전동 킥보드를 타고 학교 바깥으로 나서던 대학생 박 모(20) 씨가 경찰에 적발됐다. 킥보드를 탈 때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으면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범칙금 2만 원을 물게 된다. 박 씨는 “다들 안전모를 쓰지 않고 킥보드를 타길래 괜찮은 줄 알았다”며 “앞으로는 조심하겠다”고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개인형 이동장치(PM) 안전 의무조치가 적용된 도로교통법이 시행 1년을 맞았지만, 도로 위 ‘킥보드족’의 위험천만한 주행은 이어지고 있다. 인도나 갓길에 함부로 주차된 PM은 보행자의 안전마저 위협한다. 전문가는 ‘PM 기본법’의 조속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년 새 부산서 1353건 위반 적발
인도 주차로 보행자 안전 위협도
개정 도로교통법 통한 단속 한계
전문가 “현행 법 손질하는 대신
제대로 된 법적 틀 필요” 목소리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지난해 5월 13일부터 지난 20일까지 1년간 전동 킥보드를 비롯한 개인형 이동장치를 타다 도로교통법을 위반해 적발된 사례는 총 1353건이다. 안전모 미착용이 1036건으로 가장 많았고, 무면허 운전도 154건, 음주 운전은 71건 적발됐다. 이 외에도 신호를 위반하거나 인도를 주행한 경우, 2명 이상 함께 탑승해 적발된 사례도 92건이었다. 개정 도로교통법은 PM의 이용 자격과 연령, 주의 의무 불이행에 따른 처벌 규정 등을 정했다.

교통사고 발생도 크게 줄지 않았다. 2017년 8건이던 부산 지역 PM 교통사고는 2020년 34건, 2021년 46건을 기록했다. 올해는 지난 20일까지 교통사고가 14건 발생해 지난해 같은 기간(18건) 대비 겨우 4건 줄었다. 지난해 2월에는 교통사고로 1명이 숨지기도 했다.

보행자도 거리에 마구잡이로 주차된 PM에 불편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광안리해수욕장이 위치한 수영구에서는 지난해 PM 주차 관련 민원만 154건이 접수됐다. 해운대해수욕장과 광안리해수욕장의 자전거 도로 등 구간은 고시 등에 따라 PM 운행 금지 구역으로 지정돼있지만, 해당 구간에서 PM를 운행하거나 주차하는 사례를 적발하더라도 지자체가 단속해 행정처분을 할 근거는 없다.

수영구청 관계자는 “공유형 킥보드 업체를 대상으로 주차 허용 구역 희망지를 조사한 적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운행 금지 구역에 주차 구역을 마련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국회에 계류된 PM법이 통과되고, 조례 제정까지 마쳐야 지자체의 단속 근거가 생긴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일명 ‘PM 기본법’을 제정해 지자체 단속 근거 확보 등 전반적인 법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개인형 이동장치 안전 및 편의 증진에 관한 법률안’과 ‘개인형 이동수단의 관리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은 각각 2020년 11월과 9월 발의됐지만 2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돼있다.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김필수 교수는 “현행 법을 조금씩 뜯어고치는 식으로는 PM에 대한 제대로 된 법적 틀을 만들 수 없다”며 “‘PM 기본법’ 제정은 물론이고, 도로교통법에도 PM만을 다루는 별도의 챕터를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또 PM을 자전거처럼 취급해 지금처럼 헬멧 착용 의무화, 음주운전 단속만 한다면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며 “싱가포르처럼 킥보드 면허를 도입하는 등 PM을 별개 교통수단으로 인정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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