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960. 똑바로, 네이버!
이진원 교열부장

높은 지위에 오르면 권한은 커지고 권리도 늘어난다. 하지만, 너무나 당연하게도, 책임 또한 커지는 법. 어딘가에 오르면 반드시 내려와야 하는데, 자리에 맞는 책임을 지지 않으면 하산길이 위태로울 수 있다. 이건 보편칙이다.
우리 사회에서 ‘네이버’가 가진 힘은, 어마어마하다. 그 힘은 연간 6조원이라는 매출액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실제로 우리는 일상에서 필요한 많은 정보를 ‘포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네이버에서 얻는다. 게다가, 기자들마저 국어사전을 찾기보다 더 자주 ‘네이버’에서 검색할 정도. 하지만 네이버는 과연 이런 힘과 지위에 제대로 책임을 지고 있을까.
자체 사전이 아니라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 고려대한국어대사전(고대사전), 우리말샘’ 3가지 사전을 보여 주는 네이버 국어사전(그러면, ‘네이버 국어사전’이 맞나?)에서 ‘감염병’을 검색했더니, 표준사전과 고대사전엔 이 말이 없고, 우리말샘에만 실려 있다고 나온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이 운영하는 표준사전에 직접 들어가 검색해 보니 아래처럼 나온다.
*감염병(感染病): 인간 및 동물의 신체에 감염 물질이 유입되거나 발육·증식하여, 공중 보건에 위험이 될 수 있는 병. 제일 급에서 제사 급까지의 감염병 및 기생충 감염병, 세계 보건 기구 감시 대상 감염병, 생물 테러 감염병 따위가 있다.
네이버가 바뀐 표준사전 내용을 갱신하지 않은 것이다. 이번엔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혼주’를 검색해 봤다. ‘표준사전, 고대사전, 우리말샘’에서 똑같이 아래처럼 나온다고 보여 준다.
‘혼사를 주재하는 사람. 보통 신랑 신부의 아버지이다.’
하지만 다시 국립국어원 표준사전을 직접 검색해 보면 뜻풀이는 이렇게 돼 있다.
*혼주(婚主): 혼사를 주재하는 사람. 보통 신랑 신부의 부모가 맡는다.
‘아버지’에서 ‘부모’로 바뀐 뜻풀이가 역시 갱신되지 않은 것이다. 올해 3월 31일 국립국어원 국어사전정보보완심의위원회는 용법의 변화를 반영해 혼주 뜻풀이를 수정, 5월 3일 공포했다. 하지만 네이버가 이를 고치지 않아 네이버 국어사전을 검색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국립국어원 표준사전에 혼주는 ‘신랑 신부의 아버지’로 돼 있다고 믿게 생긴 것.
‘촌지’ 뜻풀이 또한 국립국어원 표준사전은 ‘어떤 사람에게 잘 보아 달라는 뜻으로 건네는, 약간의 돈’으로 바뀌었지만 네이버 표준사전에는 예전 뜻풀이인 ‘정성을 드러내기 위하여 주는 돈. 흔히 선생이나 기자에게 주는 것을 이른다’로 나온다. 이런 느슨한 업무 태도, 네이버의 위상에 비춰 본다면 별로 바람직하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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