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집회의 자유를 대하는 그들의 모습
조소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집회 허용 여부를 두고 경찰과 시민단체가 연이은 법정 공방을 벌였고, 법원은 집회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 구간에서의 행진을 허용했다. 즉 법원은 대통령 집무실 인근은 대통령 관저 인근과 달리 집시법상의 ‘집회 금지 장소’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았고, 다만 경호와 차량 정체 우려를 고려해 한 장소에 계속 머무는 것은 금지했다.
이 일련의 사안에서 논쟁의 대상은 집시법상 규정된 일정한 장소에서의 집회 금지가 정당한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용산 대통령 집무실 집회 허용 논란
집시법상 장소 금지 해석 법정 공방
집회 자유는 인간 존엄 위한 기본권
장소 선택의 자유도 핵심 구성 요소
과잉 제한이나 방임으로 가면 안 돼
헌법 정신에 맞게 구체적 적용 필요
헌법 제21조 제1항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의 자유는, 우리의 대의민주주의 헌법 체제에서 국민의 의사를 국가기관에 직접 전달하고,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며, 다른 사회 구성원과 자유롭게 정보와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권이다.
이런 점에서 집회의 자유는 언론·출판의 자유와 함께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필수적 기본권으로 평가된다.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는 집회 장소를 선택할 자유를 포함한다. 국회의사당 인근 집회 금지의 위헌성 여부를 판단했던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도 집회 장소는 집회의 목적·내용과 밀접한 연관관계를 가지며, 특별한 상징적 의미 또는 집회와 연관성을 가지는 장소에서 집회가 될 때 다수의 의견 표명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집회 장소를 선택할 자유는 집회의 자유의 실질적이고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집회 장소의 선택은 집회의 성과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다.
그런데 적법한 집회 및 시위의 보호와 공공의 안녕과 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1962년 제정된 집시법은 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 장소에 대해 규정해 왔다. 물론 법 내용은 이후 몇 차례의 개정과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변경되었다.
국회의사당과 각급 법원, 외교기관, 대통령 관저와 국회의장·대법원장·국무총리 공관, 심지어 서울시청·도청·역의 200m 이내 집회 금지 부분이 100m 이내로 축소된 바 있고, 외교기관과 국회의사당·국무총리 공관·각급 법원 인근에서의 집회 금지 부분은 2003년과 2018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개정된 바 있다.
하지만 현행 집시법상 대통령 관저와 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공관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의 장소는 여전히 옥외집회 및 시위가 금지된 장소다.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의 집회 금지가 문제된 것은, 집시법상 옥외집회가 금지된 ‘대통령 관저’가 대통령 집무실을 포함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인가에 관한 해석의 문제를 가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집회는 국민의 집단적인 의사 표현 수단으로 보호되어야 하지만, 다른 한편 사회질서에 직접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여러 가지 기준에 따른 제한들이 인정되고 있다. 우리는 민주화의 촉진을 위하여 집회가 중요한 기능을 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민주화 이후 민원성 혹은 일부 집단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목적의 집회 빈도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집회가 우리 모두의 공동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인상으로 집회가 가져오는 불편에 예민해지고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경향도 적지 않다.
그러나 집회의 자유는 기본적으로 정치적 기본권의 성격과 같은 비중으로 의사 표현의 수단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점은 입법자는 물론 정부 및 사회 일반에서도 다시 인식되어야 한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집회의 방법이나 인원·시간에 대한 제한을 두는 외에 특정 장소 인근에서의 전면적 집회 금지를 규정한 경우는 없다.
평화적이고 정당한 집회까지 일체 금지하는 결과가 된 과잉 제한 입법의 현실을 수정해야 하는 이유다. 국무총리 공관에 대해 ‘국무총리를 대상으로 하지 않거나 대규모 집회·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집회를 허용하고 있는 것처럼 구체적인 디자인이 필요하다.
2018년, 대통령 관저 100m 이내 모든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청구된 참여연대의 헌법소원심판청구와 서울중앙지법의 위헌법률심판청구는 4년째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고,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전직 대통령 사저 인근 100m 이내에서의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는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무언가 방임의 느낌과 과잉의 느낌을 갖게 되는 건 나만의 생각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