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일-북·중·러 신냉전 시대 도래한 한반도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북한은 25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포함한 탄도미사일 세 발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세 차례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미사일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한국과 일본 방문을 마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에 도착하기 직전에 이뤄진 도발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즉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대통령 주재 NSC가 열리기는 지난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엄중하게 인식했다는 뜻이다. 새 정부의 대북 정책과 동북아 4강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

북한 미사일 도발에 중·러 무력시위 가세
긴장 해소 위한 대북 정책과 외교력 절실

합참의 분석에 따르면, 북한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과 한국·일본의 미군기지를 사정거리에 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섞어 쏘았다고 한다. 이는 새 정부 출범 후 두 번째 무력 도발이자 한·미 정상회담 나흘 만의 일이다. 올 들어서만 벌써 17번째다. 이 같은 북한의 행동은 한·미동맹 강화 움직임에 대한 무력시위로 해석된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대북 적대시 정책’이라며 비난해 온 사안들이 합의되고,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대북 압박 메시지가 발표되자 한·미·일에 ‘강대강’ 맞대응할 의도로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이 NSC에서 한·미 정상이 합의한 ‘북한 도발 확장억제 실행력’의 실질적인 조치 이행과 한·미 연합 방위태세 강화를 지시한 것은 국가 안보를 위해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북한의 잇단 무력 도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데다 한반도 안정과 국제 평화를 위협하는 처사이기 때문이다. 우리 군과 주한미군이 25일 각각 지대지미사일 실사격으로 대응 능력을 보여 주는 등 4년 10개월 만에 공동 대응에 나선 건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앞으로 한·미동맹의 군사적 결속력이 높아지는 반면 북한의 강한 반발과 남북 관계 악화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남북 양측의 유연하지 못한 강경 일변도 대처는 무척 아쉽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북한 입장에 동조하는 중국·러시아의 무력시위까지 가세하면서 한반도에 한·미·일-북·중·러 진영의 신냉전 시대가 닥친 데 있다. 지난 24일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인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을 무단 침범해 비행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방문에 맞춰 진행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과 쿼드 정상회의 목적이 중국 고립화에 있다고 판단한 중·러 측의 위협 행위로 볼 수밖에 없는 사태다. 자칫 한반도가 동북아에 형성된 신냉전 구도의 한복판에서 큰 피해를 입을 판국이다. 긴밀한 한·미 공조로 안보를 굳건히 하면서도 한반도 평화 유지를 위해 정교하고 다각적인 대응을 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