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초등학교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최소 19명 어린이를 포함해 21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날 미국 로이터통신, CNN방송 등에 따르면 히스패닉계가 주로 거주하는 텍사스주 소도시 유밸디 롭 초등학교에서 18세 고등학생 샐버도어 라모스가 어린 학생들과 교사를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이로 인해 현재까지 어린이 19명과 어른 2명 등 최소 21명이 숨졌다. 중상자도 많아 인명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라모스는 현장에서 진압 요원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텍사스주 초등학교 교실서 범행
본인도 진압 요원 총에 맞아 숨져
중상자 많아 피해 규모 커질 듯
바이든, 총기법 개정 대국민 담화


텍사스주 공안부를 인용한 CNN 보도에 따르면 라모스는 학교에 도착하기 전 먼저 자신의 할머니에게 총을 쏜 뒤 직접 차를 몰고 달리다 초등학교 인근 배수로에 빠졌다. 차에서 내린 그는 총을 들고 인근 학교로 향했다. 이어 학교 경호요원의 제지를 뿌리치고 교실로 쳐들어가 총을 난사했다. 공안부는 라모스가 방탄복에 백팩을 멘 차림이었으며 소총과 권총으로 무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라모스가 어머니, 할머니와 함께 살았으며 학교에서는 심한 괴롭힘을 당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친구인 샌토스 발데스 주니어는 워싱턴포스트에 최근 라모스가 자신의 얼굴을 자해하고 장난감 BB총으로 사람들을 쐈으며 검은색 옷과 군화를 착용하고서 소셜미디어에 소총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당국에 따르면 라모스는 18세 생일 직후 범행에 사용한 무기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사회와 단절된 ‘외로운 늑대’(단독 테러리스트) 범죄라는 추정도 나온다.

유밸디는 멕시코와 국경 지대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인구 1만 6000명 규모의 소도시다. 다음 주 시작하는 여름 방학을 앞두고 있던 아이들은 이날 무차별 총격의 희생양이 됐다. 로이터통신 등은 희생자들 나이가 7∼10세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들은 2012년 12월 코네티컷주 샌디 훅 초등학교 총격 사건 이후 10년 만에 최악의 참사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당시 사건으로 어린이 20명, 어른 6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총격 사건은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조만간 열린 예정인 전미총기협회(NRA) 연례총회를 앞두고 발생해 총기 옹호론자에 대한 비판 여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주는 총기소지 권리를 광범위하게 보장하고 있으며 애벗 주지사는 오는 27일 NRA 후원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참사 직후 백악관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다른 나라에도 갈등이 있고,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왜 이런 대규모 총격 사건은 미국에서만 일어나느냐”며 총기단체의 로비에 맞서 총기법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의회에 압력을 가해 달라고 호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8세 청소년이 총기를 살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며 “얼마나 많은 학생이 전쟁터처럼 학교에서 친구들이 죽는 것을 봐야 하느냐”고 탄식했다. 지난 14일 미국 뉴욕주 버펄로의 흑인 동네에서 총기를 난사해 10명을 숨지게 한 총격범 역시 18세다. 그러면서 “우리는 상식적인 총기 법을 방해하거나 지연시키는 사람들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은 행동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