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바다가 사막이 되고 있어요
김양언 (주)백화수산 대표
5월 31일은 ‘바다의 날’이다. 바다 관련 산업의 중요성과 의의를 기리기 위해 1996년 제정됐다. 이날이 바다의 날이 된 데는 통일신라 시대 때 장수인 장보고와 관련이 있다. 장보고는 어렸을 때 당나라로 건너가 높은 자리에 올랐다. 신라로 귀국한 뒤에는 청해진 대사로 임명돼 해적을 소탕하고 해상 무역을 활발하게 하였는데, 장보고 대사가 청해진을 설치한 날이 5월 31일이라고 한다.
장보고가 청해진을 설치했던 전남 완도에는 해마다 이를 기념하는 축제가 열리고, 중국 위해에서도 한반도와 중국을 잇는 바닷길의 상징인 ‘해상왕 장보고 장군’을 기념하고 있다.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는 이처럼 오래전부터 해양대국이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었다. 이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5월 31일은 바다 중요성 기리는 날
하지만 우리 연안 사막화 현상 심각
하루빨리 국가적 대책 세워야 할 때
그런데 한반도의 바다 상태가 갈수록 심상치 않다고 한다. 최근 국립해양조사원 분석에 따르면 동해 연안 바다의 62%에서 사막화 현상이 진행 중이다. 바다의 사막화 현상은 백화 현상 또는 갯녹음이라고 하는데, 해조류는 사라지고 산호처럼 생긴 석회질 성분의 홍조류만 퍼지는 것을 말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은 해조류가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든다. 결국 석회질 성분의 홍조류만 남게 되고, 이마저 죽으면 석회 성분으로 인해 하얗게 보이는 백화 현상이 발생한다.
백화 현상이 심해지면 홍조류가 번식해 다시마나 미역은 뿌리를 내릴 장소를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 연쇄적으로 해조류 주변에 서식하는 해양 생물도 점차 사라진다. 특히 근래에는 독도 주변 바다에 해조류를 먹어 치우는 둥근 성게가 이상 증식하면서 바다 사막화 현상이 심각한 실정이다. 독도 해역은 약 380종의 해양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강원도 고성부터 아래로 울산까지 펼쳐진 동해 어장에는 오징어, 꽁치, 멸치, 방어, 삼치, 고등어, 대게, 홍게, 문어, 골뱅이 등 난류와 한류의 흐름에 따라 계절별로 다양한 어종이 있다. 그 풍요로움이 이제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술안주로 특히 좋아하는 것 중에 골뱅이가 있다. 정확하게는 국산 토종 고둥류인 물레고둥류로, 큰물레고둥, 고운띠물레고둥, 깊은골물레고둥이 있다. 이들은 백골뱅이, 흑골뱅이라고도 하는데, 역시 갈수록 바다에서 잡히는 어획량이 줄고 있다. 골뱅이 섭취량이 세계 1위인 우리나라는 국산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영국, 아일랜드, 불가리아, 캐나다 등에서 대부분 수입해 유통하고 있다.
국산 골뱅이를 야채, 소면과 함께 양념에 버무린 골뱅이 소면은 많은 사람이 좋아한다. 쫄깃한 식감의 골뱅이무침은 특히 더위가 시작돼 입맛이 사라지는 이때, 저열량 고단백의 우수한 보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동해안의 주문진, 속초 등 항구를 낀 곳의 전통시장에 가면 골뱅이 중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큰물레고둥을 흔히 볼 수 있다.
많은 국민이 이처럼 애용하고 있지만, 이런 식용 어자원에 대한 국가의 관리는 엉성하기만 하다. 국립중앙과학관 패류 정보에는 큰물레고둥이 동해안 물레고둥 중 맛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소개돼 있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먹을 수 있는 식품 원료 목록엔 등재조차 되어 있지 않다. 공신력 있는 국가 기관의 수산자원 정보조차 모순된다.
지금 세계 각국은 자국의 수산자원 보호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양생태계 보존을 위해 불법, 비보고, 비규제어업(IUU어업)에 대해 다양한 규제를 시행 중이다. 러시아를 예로 들어 보자. 러시아 수역은 우리나라 어선의 유일한 명태 어장이자, 대구, 꽁치의 주요 공급지다. 이 수역 내 어획은 1991년 9월 한·러 어업협정 이후 매년 협상을 통해 조업 쿼터와 입어 조건 등이 결정된다.
우리나라는 2019년에 러시아 수역 내 골뱅이 조업을 요청했다. 수입에 의존하는 외국산 골뱅이의 수요를 국산으로 바꾸기 위해 근해 통발어선 5척이 4월부터 7월까지 연해주 수역에서 골뱅이를 잡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제안한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자국의 어족 자원 보호를 이유로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를 보면서 바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바다 되살리기 운동을 벌여야 할 때임을 절감했다.
바다는 무한한 해양 에너지를 생산하며, 각종 광물을 제공해 준다. 다양한 해양 생물이 사는 이런 바다에서 세계 인구의 7분의 1가량이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 받고 있다. 바다가 바로 식량 창고인 셈이다.
환경 측면에서도 바다는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지구 산소의 70%를 생산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에 중대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매년 돌아오는 바다의 날의 의미가 정말 절대 가볍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