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2조 추경 합의 처리, 여야정 협치 속도 내라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코로나19 손실 보상을 위한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6·1 지방선거를 사흘 앞둔 29일 타결됐다. 국민의힘 권성동,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두 원내대표가 이날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함께한 자리에서 합의한 결과다. 손실보상의 소급 적용 등에 대해서는 여야 간에 이견이 해소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동안 논의됐던 것보다 훨씬 큰 62조 원 규모로 보상키로 했다. 이로써 지난 2년 여 동안 임대료조차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겪은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잠시나마 숨통을 트게 됐다. 나아가 이번 추경안의 여야 합의 처리가 꺼져 가던 민생경제를 되살리는 불씨로 확대돼야 할 것이다.
정부·여당, 동반자로서 야당 존중해야
야당, ‘국정 발목 잡기’ 행태 안 보여야
그동안 상대를 비난하기에만 열을 올렸던 여야가 민생 문제와 관련해서는 협치의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점에서 이번 추경안 합의 처리의 또 다른 의미를 찾게 된다. 지난 대선 이후 여당과 야당으로 위치가 바뀐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 문제 등 사사건건 충돌했다. 법사위원장 등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을 놓고는 아직도 팽팽한 줄다리기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추경안 합의 처리는 비록 지방선거에서의 표를 의식했다고는 해도 여야가 갈등과 대립 대신 양보와 타협을 선택한 결과로 평가할 수 있을 듯하다. 여야는 이번 사안에 그치지 말고 평소 서로 강조했던 협치의 정신을 계속 이어 가길 당부한다.
여야만이 아니라 정부와 야당도 예전의 갈등을 털어 내고 협치에 속도를 내야 한다. 한 총리는 국회 인준 과정 때는 물론 취임 후에도 국민통합과 협치를 줄곧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사정을 돌아보면 한 총리가 이 약속을 지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 총리가 추천한 윤종원 국무조정실장 내정자가 문재인 정부 때 경제수석을 역임했다는 이유로 이른바 ‘윤핵관’으로 불리는 국민의힘 인사들이 반대해 결국 낙마한 사실은 협치와 관련해 한 총리의 좁은 입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야당이 극렬히 반대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에서 드러난 윤석열 대통령의 ‘마이웨이’식 국정 운영도 한 총리가 넘어야 할 과제다.
29일 임기를 마친 박병석 전 국회의장은 퇴임 전 “지금 우리의 정치는 편 가르기와 증오, 적대적 비난에 익숙하다”며 “자기 편의 박수에만 귀를 기울이지 않는지 돌아보자”고 호소했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여야는 박 전 의장의 호소를 가슴에 새겨야 한다. 정치권이 당리당략에 매몰돼 비방과 싸움을 반복하며 극한 대치를 이어 갈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입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야당을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 존중하고, 야당은 실속 없는 힘겨루기로 국정의 발목을 잡는다는 오해를 사지 말아야 한다. 정치의 최고 가치는 누가 뭐라고 해도 국민 삶을 두텁게 하는 데 있는 것이고, 이는 여야정 협치 없이는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