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부산, 강남 주민이 와서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야”
김재구 한국경영학회 차기 회장

“부산을 서울 강남 주민들이 이사 와서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김재구 한국경영학회 차기 회장(명지대 경영대 교수)은 한 해 1만 명 이상의 청년들이 떠나는 ‘쇠락 도시’ 부산의 잠재력에 주목한다. 그는 “혁신 기업이 움틀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면, 국내 최고의 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대통령 인수위 지역특위 위원 지내
“부산이 균형발전 모범 사례 되려면
혁신기업 움트는 생태계 조성 필수”
김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인수위원회에서 지역균형발전특위 위원을 지냈다. 인구이동 유발을 통한 지역개발과 균형발전을 강조하는 그는 낙후지역 재생을 위해서는 산업 육성과 함께 생활 인프라 집중 투자를 통한 인구 유인이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부산 동인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온 김 회장은 24일 인터뷰에서 “내 고향이 부산이라서 더 관심 가는 것은 맞지만 그 게 전부는 아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제2의 도시로 이미 상당한 인프라를 가진 부산에 혁신 토대를 심어 최우선으로 성공적인 도시재생 모델로 만들어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부산은 기존 인프라에 가덕신공항, 북항 재개발, 월드엑스포 유치 등 대형 국책사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균형발전의 최우선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실화하고 있는 인구 800만 명의 부·울·경 메가시티가 유효 시장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다고 봤다.
김 회장은 균형발전 정책의 실패 원인에 대해 “역대 정권을 보면 요소 투입형, 즉 중앙정부가 하드웨어를 지역에 나눠 보내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을 끌어왔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공모형 사업을 통해서는 효과적인 균형발전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안이 뭘까. 그는 “혁신적인 기업가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을 강조했다. “세계적인 대기업을 유치하는 것에 지역이 목을 매달고 있는데, 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습니다. 기업가들이 자유와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정주 여건의 핵심인 교육, 문화, 주거 인프라 구축이 필요합니다.” 그러면서 일본 후쿠오카 사례를 들었다. “후쿠오카는 ICT 인력의 파라다이스입니다. 도쿄와 비교해 6분의 1 가격에 타운하우스를 제공했고 교육 수준이 높은 국제학교도 마련했지요.”
김 회장은 “과거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수출 대기업, 제조업에서 나왔지만, 이제는 그 낙수효과가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전통 중소기업들의 혁신성을 높이는 동시에 글로벌 지향성이 높은 과학기술 기반 혁신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투트랙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3년 3월 임기를 시작하는 차기 한국경영학회 회장이다. 사단법인 한국경영학회는 1956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경영학회다. 회원이 1만여 명에 달하는데 김 회장은 회원들의 지지를 받아 역대 최고 득표율(94.82%)로 선출됐다. 그가 인수위 특위에 참여한 것도 경영학회 선거와 관련된다.
“회원 절반은 비수도권 대학 종사자인데 지역의 위기는 곧 지역 대학의 위기라는 점에서 이들 대학을 살리기 위해 기업을 통한 혁신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 공약이었습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역 거점 대학교수들과 준비해 왔고 그 내용을 접한 김병준 특위 위원장이 함께 일해보자고 제안한 것입니다.”
김 회장은 내년 8월 2박 3일 동안 3000명 넘는 회원이 참여하는 경영학회 최대 행사인 하계학술대회를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