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동초등에 픽업존 설치… 거제시 ‘만시지탄 시설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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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보호구역 내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교 1학년이 신호를 위반한 학원 통학차에 치여 크게 다친 경남 거제상동초등학교 스쿨존 사고(부산일보 5월 9일 자 11면 등 보도)와 관련, 거제시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학부모와 경찰 등 관계기관 제안을 토대로 승하차구역(픽업존)을 만들고 과속·신호위반 단속 장비를 확충한다. 또 운전자 시야를 방해하는 울타리 등 각종 교통시설물도 일제히 정비하기로 했다. 이런 노력은 전국 초등학교 스쿨존 사고 예방을 위한 참고 사례가 될 전망이다.

이달 초 스쿨존 신호위반 사고
학원차 치인 어린이 크게 다쳐
승하차구역 설치·단속 장비 등
늦어도 내년 새학기 전 마무리

29일 거제시에 따르면, 시는 이달 중 ‘상동초 어린이보호구역 개선사업 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한다. 용역비는 2182만 원, 용역 기간은 착공일로부터 90일이다. 용역사는 학교 주변 도로 여건을 분석해 보호구역 내 승하차구역 설치와 교통사고 위험 구간 개선 방안을 제시한다.

거제시 관계자는 “상동초등학교 사고 이후 진행한 민관 합동점검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면서 “어린이와 노인 등 교통약자 보호를 최우선에 두고 부족한 건 더하고, 불필요한 건 뺄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동초는 학교 전체를 도로가 둘러싸고 있다. 정문이 있는 동쪽과 남쪽은 왕복 4차로, 후문이 있는 북쪽과 동쪽은 왕복 2차로다. 인접한 아파트 단지와는 12개의 건널목을 통해 오간다. 작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학원차는 여유 차로가 있는 정문에서 아이들을 태웠다.

그러다 연말께 정문을 중심으로 불법 주정차와 과속·신호위반 단속카메라가 설치되면서 학원차들이 후문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후문 도로는 편도 1차로로, 하교 시간에 줄지어 선 학원차와 아이들로 북새통이 됐다. 게다가 후문 좌우에 있는 건널목에는 보행자 신호등이 없다. 마음 급한 아이들이 차들 사이에서 튀어나오는 통에 아찔한 순간도 여러 번 있었다는 게 학부모들의 증언이다.

이에 거제시는 북쪽 후문 건널목에도 보행자 신호기를 설치하고 픽업존도 마련하기로 했다. 학교 쪽 1개 차로를 학원차 전용 주·정차구역으로 지정해 아이들이 건널목을 건너지 않고 차량에 바로 탑승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줄어든 차선은 반대편 차로 쪽을 넓혀 확보한다. 도로와 연접한 경관녹지를 보행로로 만들고 기존 보행로를 차로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이미 녹지 전용에 따른 허가계획변경 검토까지 마쳤다. 도로 확장에 필요한 예산 2억 원이 추경에 반영되면 곧바로 착수할 예정이다.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2월 중엔 마무리돼 새학기를 맞을 수 있다.

교통안전시설물 개선도 병행한다. 우선, 정문에만 있는 CCTV(무인교통단속카메라)를 후문에도 설치해 감시 사각지대를 없앤다.

사고가 난 건널목에 대해선 더 확실한 개선안을 검토 중이다. 해당 건널목은 벽산블루밍아파트와 연결된다. 후문에서 50m 정도 떨어져 있다. 운전자들은 학교를 끼고 오른쪽으로 돌자마자 사고 건널목을 맞닥뜨린다. 하필 오르막인 데다, 건널목 직전까지 무단횡단을 막기 위해 설치된 안전 펜스가 운전자 시선을 가린다. 운전자가 키 작은 아이를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 시는 도로 구조상 사고 위험이 높은 건널목을 없애고 안전 펜스 높이를 낮출 생각이다.

거제시 관계자는 “유관 기관별로 제출받은 의견까지 포함해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용역을 통해 최적안이 나오면 학교, 인근 주민들과 협의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4일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상동초 1학년 A(8) 군이 학원차에 치여 크게 다쳤다. 녹색불이라 건널목에 들어선 순간 노란색 승합차가 A 군을 덮쳤다. A 군은 차량 하부에 매달려 120여m를 더 끌려간 뒤 튕겨 나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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