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영 집행위원장 “미학보다 톰 크루즈 내세운 홍보 눈길” 서승희 프로그래머 “믿고 보는 송강호 현지서도 수상 점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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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가 본 칸영화제

“칸영화제가 열리는 프랑스 현지는 코로나가 사라진 나라 같았어요.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팬데믹 이후 첫 영화 축제를 즐겼습니다.”(서승희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미학적 가치 중심의 영화제로 알려진 칸도 최근 10년 사이 할리우드 빅 스타를 많이 초청하고 있어요. 올해는 특히 톰 크루즈나 바즈 루어만 감독의 영화(엘비스)를 내세운 홍보가 눈에 띄었습니다.”(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28일(현지 시간)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 배우의 수상 소식이 알려진 후 부산국제영화제(BIFF) 허문영 집행위원장, 서승희 프로그래머와의 통화를 통해 현지 분위기를 들어봤다.

서 프로그래머는 “수상자인 박 감독이나 송강호는 언론 인터뷰 등으로 영화제 폐막 파티에 뒤늦게 참석했는데, 두 사람 주변을 어찌나 사람이 많은 사람이 에워싸고 있는지 곁에 다가가기도 힘들 정도였다”고 현지 열기를 전했다.

허 집행위원장은 “송강호를 폐막 파티에서 만나고 왔는데, 박 감독의 영화가 더 큰 상을 못 받은 데 대해 아쉬움을 표현하더라. 알다시피 두 사람이 워낙 친구 같은 사이”라고 말했다. 허 집행위원장은 올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심사위원에 위촉돼 현지를 방문했다.

허 집행위원장은 “비평가주간 심사를 하느라 경쟁부문 영화를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박 감독의 영화가 황금종려상에 더 어울리지 않는가,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다”며 “박 감독의 영화가 도전적이고 창의적이라는 점은 현지 대부분의 비평가, 언론의 공통적인 평가였다”고 말했다.

서 프로그래머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의 프랑스 현지 배급을 맡은 배급사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슬픔의 삼각형’ 배급도 함께 맡고 있는데, 박 감독의 영화의 수상 가능성을 더 높게 본 것으로 들었다”며 “개인적으로도 박 감독의 영화가 미장센이나 연출, 작품성 등의 면에서 훨씬 뛰어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 프로그래머는 “‘슬픔의 삼각형’은 재밌고 웃음이 끊이지 않는 영화다”며 “코로나 시대를 벗어나 처음으로 영화제를 시작한 시점이다 보니, 이런 부분에서 가점을 받지 않았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프랑스를 비롯한 전 세계 극장의 상황이 좋지 않았던 분위기 탓에 관객들이 좋아하는 코미디 영화, 화합적 성격이 강한 영화에 황금종려상이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송강호의 수상과 관련해서 서 프로그래머는 “영화 ‘괴물’과 ‘박쥐’ 등으로 이미 칸에서 친숙한 배우로, 언제가 한 번은 수상할 거라는 걸 다 알고 있었다는 분위기”라며 “유럽 현지에서도 K팝을 비롯한 한국 문화가 최근 핫한 데다가 송강호의 경우 여기서도 이 배우가 나오면 믿고 본다는 팬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송강호는 지난해에 칸영화제의 심사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는데, 성격도 좋고 심사에 신중히 임해서 영화제 직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았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칸영화제가 최근 할리우드 스타를 비롯한 빅 게스트를 활용한 마케팅이 더 심화되는 경향과 관련해서는 ‘남의 일 같지 않다’는 반응도 나온다. 허 집행위원장은 “올해 칸영화제는 그 어느 해보다 빅 게스트를 많이 초청했다”며 “영화 미학 중심이었던 칸의 변화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세계 모든 영화제가 스폰서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고 어려움을 겪고 있고 ‘칸 역시도 쉽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자영 기자 2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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