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국조실장 ‘고사’… ‘윤핵관’, 당정 기싸움 승리
국무조정실장으로 사실상 내정됐던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지난 28일 고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 빚어진 당정 간 파워게임에서 국민의힘이 일단 우위를 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추천했던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의 국무조정실장’ 카드가 여당의 반대로 무산된 것이다. 윤 행장은 지난 28일 고사 의사를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내심 한 총리보다는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해 여당의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이른바 여당 내부의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경제 관료들 위주로 짜인 내각을 견제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여당으로서 정부에 마냥 끌려다니지만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였고, 앞으로도 이런 긴장관계가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정권이든 당정이 서로 대립하거나 갈등하는 일은 계속 있어 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원인이 ‘인사 문제’였다는 점에서는 예사롭게 보아 넘기기 힘들다. 정책이나 현안을 놓고 엇박자를 보일 수는 있지만 가장 민감한 인사 문제에서 대외적으로 이견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새 정부 첫 내각의 총리가 강한 의지를 보인 인사가 첫발부터 삐걱대면서 책임총리제는 물론 이를 적극 지지해 온 윤 대통령에도 타격을 입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특히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모두 경제부처 출신이라는 점에서 인사 문제에 대한 여당의 견제가 계속될 경우 관료 집단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반격이 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통령제의 특성상 윤 대통령이 시간이 흐를수록 전문성을 갖춘 관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이 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결국 윤 대통령이 정치인과 관료 집단이 각각 핵심을 이루고 있는 당정 사이에서 얼마나 합리적이고 원만한 조정을 이끌어낼지가 여권이 ‘원팀’으로 일할 수 있을지를 가를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석호 기자 psh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