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한국영화가 나란히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새 역사를 썼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대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왼쪽) 배우와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 AFP연합뉴스

한국영화가 칸국제영화제를 휩쓸며 또 한번 세계영화계의 중심에 섰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영화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과 ‘브로커’의 배우 송강호가 트로피를 거머쥐며 새 역사를 썼다. 본상 후보에 오른 한국영화가 2개 부문에서 나란히 수상한 것도, 한국 남자 배우가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도 처음이다.


사상 첫 2개 부문 수상 ‘겹경사’
한국 남자 배우 연기상도 처음
박, 세 번째 칸영화제 본상 수상

28일(현지시간) 저녁 프랑스 칸 뤼미에르대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박 감독과 송강호의 이름이 울려 퍼졌다. 박 감독은 감독상, 송강호는 남우주연상(최우수남자배우상) 수상자로 호명되자 세계 영화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먼저 터져 나온 낭보는 송강호의 남우주연상 수상이었다. 송강호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옆자리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강동원과 포옹을 한 뒤 시상대에 올랐다. 그는 “메르시 보쿠(대단히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 뒤 “너무너무 감사하고, 영광스럽다. 위대한 예술가 고레에다 감독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이어 “같이 온 사랑하는 가족에게 큰 선물이 된 것 같다. 이 트로피의 영광을, 영원한 사랑을 바친다”고 덧붙였다.

한국 남자 배우가 칸영화제에서 연기상을 받은 건 최초다. 한국 배우로 범위를 넓히면 2007년 영화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최우수여자배우상)을 받은 전도연에 이어 두 번째다.

그동안 한국영화는 2019년 ‘기생충’이 받은 황금종려상을 비롯해 감독상·심사위원 대상·여우주연상·심사위원상 등 경쟁부문에서 상을 다수 받았지만, 남우주연상은 받지 못했다. 송강호의 이번 수상으로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2002) 첫 수상 이후 20년 만에 한국영화는 칸의 주요 상을 섭렵하게 됐다.

‘헤어질 결심’을 들고 칸을 찾은 박 감독은 올해 감독상의 주인공이 됐다. 박 감독은 배우 박해일과 포옹을 한 뒤 시상대에 올라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극장이라는 곳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우리 모두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 역병을 이겨낼 희망과 힘을 가진 것처럼 우리 영화도, 우리 영화인들도 영화관을 지키면서 영화를 영원히 지켜 내리라고 믿는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박 감독의 칸영화제 본상 수상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04년 ‘올드보이’가 심사위원대상, 2009년 ‘박쥐’가 심사위원상을 받은 바 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