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루나 사태’… 가상자산 규제법 제정 속도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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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가상자산인 루나 사태의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폭락한 루나 코인의 시세가 표시된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 연합뉴스 한국산 가상자산인 루나 사태의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폭락한 루나 코인의 시세가 표시된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 연합뉴스

이달 들어 99.9% 이상 폭락해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큰 충격을 준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LUNA) 사태의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 주요 거래소는 일제히 루나의 거래를 종료했다. 금융당국은 루나 사태를 계기로 가상자산 시장의 규제하는 법 제정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검찰과 경찰도 루나 사태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를 통해 전통 금융의 대안으로 등장한 가상자산 역시 국내외 악재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 향후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국내 5대 거래소, 거래 지원 종료

연준 빅스텝 등 국내외 악재 취약

한때 세계 코인 시총 8위서 몰락

IMF 총재 “다단계 피라미드 사기”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은 다음 달 1일 오후 6시부터 루나의 거래 지원을 종료한다고 29일 밝혔다. 따라서 고팍스, 업비트, 빗썸, 코빗에 이어 코인원까지 국내 주요 5대 거래소 모두가 루나의 거래를 지원하지 않는다. 코인원은 루나의 자매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KRT(KRT)와 앵커 프로토콜(ANC), 미러프로토콜(MIR)에 대한 거래 지원도 함께 종료한다. 이들 종목의 출금은 다음 달 16일 오후 6시까지 가능하다.

루나와 테라는 애플 엔지니어 출신인 권도형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가 발행하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알고리즘에 따라 코인 1개당 가치가 1달러에 연동되도록 설계됐다. 루나는 한때 세계 코인 시가총액 8위에 오르며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그러나 이달 7일부터 테라 시세가 1달러를 밑돌면서 루나도 함께 급락해 두 가상화폐 가격이 99.99% 이상 폭락하며 상장 폐지됐다. 이 여파로 200억 달러에 달했던 시가총액은 순식간에 6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루나와 테라의 폭락 사태는 가상자산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우선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루나와 테라 폭락 사태와 관련해 두 코인 발행 구조가 다단계 피라미드 사기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달 23일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인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최근) 스테이블 코인 영역에서 큰 혼란이 발생했다”며 “스테이블 코인은 (신뢰할 수 있는 실물) 자산으로 뒷받침되면 (달러 대비 가치가) 1대 1로 안정적이지만, 자산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20% 수익을 약속한다면 그것은 피라미드 구조”라고 비판했다.

이번 급락 사태로 피해자가 속출하면서, 검찰과 경찰이 본격 수사에 나섰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은 최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과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루나와 테라 발행업체 테라폼랩스 권도형 대표 등 고소·고발 사건을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에 배당했다.

가상자산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커지며 정부는 가상자산 시장을 규율하는 법 제정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정부는 가상자산의 발행·상장·거래 과정에서 사업자가 지켜야 할 규율체계를 마련해 주식 같은 금융상품 수준의 규제를 적용할 방침이다.

특히 루나·테라의 상장폐지 사태 이후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글로벌 대표 가상자산들마저 4~8% 대 하락률을 기록하며 휘청거렸다.

그동안 가상자산은 증시의 헤지(위험 회피), 인플레이션 헤지 등 기존 통화의 대안과 금융 투자처로서 전 세계적 관심을 받으며, 시장을 계속 확대했다. 그러나 루나·테라는 물론 다른 가상자산 역시 글로벌 악재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면서 신뢰를 잃고 있다는 이야기가 시장에서 흘러나온다.

앞으로 가상자산은 미 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조치와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 인플레이션 심화 등에 큰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가상자산은 증시의 대체 수단 등 전통 시장의 대안으로 각광받았으나 루나 사태를 시작으로 글로벌 악재에 휘청거리면서 그 매력이 반감됐다”며 “하락장에 ‘한꺼번에 큰돈을 벌겠다’는 식의 몰빵식, 감정적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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