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 곡물 2200만t 볼모… “7월 곡물 재앙 닥친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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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와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와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침공을 3개월 넘게 이어가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세계 식량’을 볼모로 대치전을 벌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정상과의 전화통화에서 “서방이 대러 제재를 풀면,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곡물 봉쇄를 해제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러시아 항구 봉쇄로 우크라이나 수출 물량의 절반 가까운 곡물이 창고에 묶여 있다고 주장했다. CNN방송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인도네시아의 한 외교 싱크탱크 온라인포럼 연설에서 “현재 곡물 2200만t이 저장고에 묶여 있다”며 “작년에 수확한 곡물 재고가 소진되는 7월에 재앙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5위 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항구를 러시아가 봉쇄하면서 세계 밀 가격이 올 초보다 60%가량 올랐는데, 이보다 더한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얘기다.

우크라 젤렌스키 “러, 항구 봉쇄

수출 물량 절반 창고에 묶여 있어”

서방국 “러, 식량·에너지 무기화”

러 “대러 제재 풀면 곡물도 해제”

러시아가 흑해와 아조우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주요 수출로를 봉쇄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량의 절반 가까이가 묶여 세계 식량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곡물이 필요한 국제시장에 제때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근은 언제나 상황을 악화시키고 삶을 황폐하게 하면서, 평범한 사람들을 불안정한 환경으로 몰고가는 정치적 혼란을 동반한다”고 말했다. 특히 매년 에티오피아와 예멘 등 기아에 허덕이는 나라에 지원되는 밀의 40%가 우크라이나산이다.

서방국들은 러시아가 식량과 에너지를 무기화해 세계적인 식료품, 에너지 가격 상승을 일으켰다고 비판하고 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26일 “푸틴은 근본적으로 전 세계 최빈곤층의 기아와 식량 부족을 무기화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곡물 봉쇄를 풀 것을 촉구했다.

우크라이나에서 곡물을 내오기 위한 국제사회 논의도 활발하다. 철로를 이용해 반출하거나, 곡물을 나를 선박을 호위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자칫 군사 개입 논란에 휘말릴 수 있어 신중한 분위기다.

이와 관련 푸틴 대통령은 28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세계 시장에 곡물 공급이 어려워진 이유가 “서방 국가의 잘못된 경제·금융 제재 때문”이라고 또 ‘서방 탓’을 했다. 그는 “러시아의 비료와 농산물 공급 증가는 세계 식량 시장의 긴장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관련 제재 해제가 필요하다”며 대러 제재 해제를 촉구했다.

이날 전화통화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숄츠 총리는 푸틴 대통령에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직접 진지한 협상을 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총리실은 이날 80여분간 이어진 대화에서 두 EU 정상이 즉각적인 휴전과 러시아군의 철수를 주장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대화를 재개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 결말을 두고서는 서방 세계의 이견이 점차 커지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가 대표적으로 ‘평화’를 위해 휴전이나 평화협정을 맺을 것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영국과 폴란드, 발트해 연안 국가들은 러시아가 혹독한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는 ‘정의’를 외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명확한 목표 제시를 하지 않아 모호한 입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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