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다양성이 필요해
한국의 보이 그룹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단독 초청하리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은 “살다 보면 별일 다 생기는데 좋은 일로 잘 다녀오겠다”는 소감을 밝히고 떠났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가 중국에서 비롯됐다는 인식 때문에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 범죄가 급증해 골치다. BTS는 31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아시안에 대한 증오범죄 및 차별 문제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이날 BTS와 바이든 대통령은 다양성과 포용성의 중요성을 전 세계에 확산하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라 기대가 크다.
“내각 지명자들이 압도적으로 남성이다. 한국은 여성의 고위직 진출과 관련해 선진국들 사이에서 일관되게 낮은 순위를 보인다. 대선 기간 대통령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했다. 한국과 같이 세계 경제를 이끄는 나라에서 여성의 대표성 증진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그리고 윤 정부는 성평등 증진을 위해 무엇을 할 계획인가?”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자사 기자의 질문을 받은 뒤 곤혹스러운 모습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내각’.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새는 법이다. 공석인 교육부·보건복지부 장관, 식품의약품안전처장 후보자에 여성을 중용하는 모습이 변화의 신호탄이길 바란다.
다양성이란 다름에 대한 인정과 존중이다. 각 개인이 가진 다양한 삶의 조건과 맥락을 존중할 때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BTS는 ‘소우주’에서 “밤이 깊을수록 더 빛나는 별빛/한 사람에 하나의 역사/한 사람에 하나의 별/70억 개의 빛으로 빛나는/70억 가지의 월드”라고 노래했다. 칸국제영화제에서 배우 송강호가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로 최우수 남자배우상을 받고, 박찬욱 감독은 중국 배우 탕웨이를 주연으로 한 영화로 감독상을 수상하는 모습을 보면서 벽이 무너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집단이 동등한 성비를 가질수록, 다양한 문화를 가질수록 큰 이익을 얻는다고 한다. 성비가 맞지 않는 곳이 어디 내각뿐일까. 이번 지방선거에서 다문화에 대한 배려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김해이주민의집’을 만든 이주민 인권 운동가 수베디 씨는 지난해 경기도로 이주해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의원 비례대표에 도전장을 냈지만 후순위로 밀려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인종, 성별, 장애, 종교 등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다양성이 필요하다. 박종호 수석논설위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