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세차 제멋대로 제작, 굴러다니는 안전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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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방선거일을 하루 앞두고 유세차의 안전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선거전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유세차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마지막 휴일 유세가 한창이던 지난 29일 오전 부산 서구 서대신동의 왕복 4차선 도로를 달리던 더불어민주당 후보 유세차의 발언대와 전광판이 도로 위 전선에 걸려 떨어져 50대 남성 운전자가 다쳤다. 이날 오후에는 동구 충장대로에서 제1지하차도로 주행 중이던 국민의힘 후보 유세차가 지하차도 입구 상벽과 충돌, 단상이 분리돼 도로에 떨어졌다. 자칫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들 사고가 아니라도 선거운동 기간 도로를 지나는 유세차를 보고 있으면 아찔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선거운동 막바지 유세차 사고 잇따라
구조변경·운행 관련 지침 마련 시급

지난 대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세 버스에서 일산화탄소 유출로 3명의 사상자가 발생해 유세차의 안전문제가 이슈화됐지만 여전히 유세 문화가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이다. 유세차 안전 논란이 계속되는 데는 선거라는 특수성이 작용하고 있다. 유세차 관련 제작 지침이 없다 보니 각 후보들이 유권자의 눈에 띄기 위해 LED 전광판을 설치하는 등 제각각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구조·장치 변경 승인을 받지 않고 불법 개조를 하면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하도록 자동차관리법이 규정하고 있지만 유세차 적용은 애매하다. 2017년 선거관리위원회가 유세차의 경우 선거 홍보를 위한 구조변경 등에 관대한 유권해석을 내렸다. 불법과 합법 사이의 애매한 경계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권의 자체 지침 마련과 안전관리 노력이 필요한데 각 정당과 후보들은 선거만 치르고 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다. 각 후보들의 자율에 맡겨 제조업체에 위탁해 유세차 제작이 진행되다 보니 구조변경 등이 아무런 안전기준 없이 이뤄지고 있다. 지방선거의 특성상 광역과 기초 단위마다 후보들이 난립하는 상황이라 유세차의 관리가 더 힘든데 이번 선거와 관련해 각 정당에서는 유세차가 부산 시내에 몇 대나 굴러다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경찰이나 자치단체의 체계적인 관리도 어렵다. 선거 특성상 특정 후보 진영의 유불리 논란이 일 수 있어 적극적인 단속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후보들은 선거운동 기간에 유세차와 확성기를 이용한 연설을 할 수 있고 홍보 음악도 활용할 수 있다. 짧은 선거운동 기간 인지도를 높이고 유권자들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지난 대선 유세차 사고에서 보듯 선거 홍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안전이다. 정치권이 먼저 나서 유세차 구조변경과 운행에 대한 공동의 지침을 마련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 더 큰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정부 차원의 제도적인 장치 마련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다. 확성기 소음에만 의존하지 말고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를 이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선거운동도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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