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통령 측 “일상 짓밟는 반이성 대응”… 시위단체 고소
경남 양산 평산마을로 귀향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보수단체의 도를 넘은 집회·시위에 대한 대응에 들어갔다. 문 전 대통령 측은 30일 지속적으로 욕설과 악담을 일삼으며 소음을 유발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을 대상으로 고소장 제출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평산마을 일부 주민도 집회·시위로 인한 소음으로 신체적 이상과 경제적 피해까지 보고 있는 데 대해 보수단체 회원들을 고발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해 결과가 주목된다.
비서실 명의 보도자료 내고 공식화
집시법 대신 모욕죄 등 적용할 듯
집회·시위 영상 첨부 당국대응 촉구
평산마을 주민들도 고발 검토 나서
문 전 대통령 측은 이날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 명의로 ‘주민들의 일상을 짓밟는 반이성에 단호히 대응해야’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비서실은 “평온했던 마을이 고성과 욕설이 난무하는 현장이 됐다. 어르신들이 확성기 소음과 원색적인 욕설에 시달리며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있다”며 “집회·시위의 외피를 쓰고 매일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반이성의 현실을 그대로 알림으로써 이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정면으로 다뤄지길 바라는 마음”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마을 주민과 함께 피해 당사자로서 엄중하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강경 대응 의지를 확인했다. 비서실은 집회·시위 영상을 함께 공개하면서 언론과 정부, 치안 당국의 대응도 촉구했다.
이날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문 전 대통령 측은 양산경찰서 등 경찰에 평산마을 귀향 이후 연일 계속되는 보수단체의 집회·시위와 관련해 ‘고소 절차와 증거 수집 방법’ 등에 대해 문의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를 적용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통령 측이 이 같은 대응에 나선 것은 보수단체가 평산마을에서 집회·시위를 하면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집시법)’에 규정된 소음 기준을 지켜 집시법으로 처벌이 불가능한 데다, 더 이상 마을 주민들의 피해를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평산마을 일부 주민도 연일 계속되는 집회·시위로 인한 소음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와 식욕 부진에 따른 신체적 이상 호소와 함께 생업에 지장을 주고 있다며 보수단체 고발을 검토 중이다.
이 마을 한 주민은 “문 전 대통령 귀향 이후 집회와 시위로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다”며 “마을에는 고령의 어르신들이 60~70%에 달하고, 일부 주민들은 집에서 일(생업)을 하는 만큼 소음을 줄이거나 집회를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평산마을에서는 문 전 대통령의 귀향 전인 지난달 29일 보수단체 주최의 첫 집회·시위가 열린 이후 1인 시위자 2~3명을 포함해 7~8개 단체의 집회·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1인 시위자는 문 전 대통령 귀향 다음 날인 11일부터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 입구에 텐트를 친 뒤 20일째 집회·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보수단체 등은 주말마다 집회·시위를 진행 중이다.
마을 주민 20여 명은 지난 24일 마을 회의를 연 뒤 1인 시위자를 찾아 집회 자제를 촉구하는 등 실력행사를 했다. 이들은 경찰 등에 시설보호 요청과 함께 주민생활권 보장을 요구하는 한편 생활에 지장을 주는 집회·시위가 계속될 경우 다시 실력행사에 나서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보수단체 등의 집회·시위가 계속되자, 문 전 대통령은 SNS에 ‘확성기 소음과 욕설이 함께하는 반지성이 작은 시골 마을의 평온과 자유를 깨고 있다’는 글을 올려 집회 자제를 촉구했다. 문 전 대통령은 또 지난 27일 귀향 후 첫 투표를 마친 뒤 집회·시위에 대해 묻자, “네 불편합니다”라고 말하며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도 지난 28일 SNS를 통해 “이게 과연 집회인가? 총구를 겨누고 쏴대지 않을 뿐 코너에 몰아서 입으로 총질 해대는 것과 무슨 차이인가”라며 “증오와 쌍욕만을 배설하듯 외친다”고 사저 앞 시위 상황을 전했다.
김태권·김길수 기자 ktg66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