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휠체어 타고, 파란 우산·양산 쓰고… 선한 영향력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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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끈 기초단체장 유세 현장

거리 유세를 하는 국민의힘 이상욱 구의원 후보와 뇌병변 장애를 앓는 선거운동원 김 모 씨. 이상욱 후보 캠프 제공

‘동네 일꾼’을 뽑는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레이스도 31일을 끝으로 막을 내리는데, 이번 선거운동기간에 일부 출마자와 선거 캠프의 ‘선한 영향력’이 두드러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 동구 초량동에는 매일 전동휠체어를 타고 유권자들에게 표를 호소하는 이가 있다. 국민의힘 이상욱(동구 가선거구) 구의원 후보의 선거운동원인 김 모 씨다. 뇌병변 장애를 앓아 왼쪽 팔다리를 자유롭게 쓸 수 없지만 하루도 거르지 않고 현장에 나간다. 김 씨는 언어장애로 인해 자신의 전동휠체어에 이 후보의 피켓을 고정하고 유권자들과 만난다.

뇌병변 장애 앓는 선거운동원
도움 준 후보 위해 표 호소
땡볕·소나기서 운동원 보호 목적
우산 쓰고 ‘퍼포먼스’ 펼치게 해

두 사람 인연은 2020년 크리스마스 때 시작됐다. 당씨 김 씨는 화마로 집안 살림을 다 잃었는데 이 후보 도움으로 임대아파트를 소개받아 추운 겨울을 이겨낼 수 있었다. 이에 김 씨는 이 후보의 출마 소식을 듣고 선거운동을 자진했다. 김 씨는 <부산일보>에 “어려울 때 도와준 그 마음을 잊을 수 없어 작은 도움이나마 되고 싶었다”고 전했다.

부산 해운대구 반여·반송동 일부 동네에는 파란색 우산·양산을 쓴 이들이 줄지어 다니는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이명원(해운대4) 광역의원 후보의 선거운동원이다. 선거 레이스 동안 파란색 우산·양산에 후보 얼굴과 이름 등 홍보 문구를 표기해 들고다니는 퍼포먼스를 해 온 것이다. 이 후보는 여름철 땡볕, 소나기로부터 선거운동원을 보호하기 위해 이를 기획했다. 선거운동원이 무더위에 무거운 피켓, 홍보판 등을 들고 서 있는 것은 ‘사람을 사람답게’라는 그의 슬로건과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거송’도 혈세로 보전되는 선거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체 제작했다. 8년간 함께 활동해 온 ‘선수촌 밴드’의 보컬리스트가 가수 조용필의 강원도아리랑 노래를 개사해 선거송을 만들어준 것이다.

해운대에서는 여야 기초단체장 후보들도 네거티브보다는 뜻깊은 선거운동으로 이목을 끈다. 민주당 홍순헌 후보 캠프 선거운동원들은 매일 파란색 가방을 메고 한 손에 집게를 든 채 해운대 곳곳을 다닌다. 홍 후보 캠프에 따르면, 이들이 매일 두시간 동안 길거리에서 수거하는 쓰레기양은 500L에 달한다. 플로깅에 참여하는 한 선거운동원은 “내가 지지하는 후보를 알리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동네를 위해서 뜻깊은 일을 하는 것 같아 좋다”며 뿌듯해했다.

경찰 출신인 국민의힘 김성수 후보는 매일 자정까지 한 손에 조명을 들고 골목을 누빈다. 어두운 밤길 주민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늦은 귀갓길에 오른 유권자들을 만나 자신의 구청 운영 비전과 공약을 설명한다. 김 후보는 “주민을 만나보면 가로등이나 CCTV를 설치해 아이들 안전에 신경을 써 달라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철·이승훈 기자 eunche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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