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손질만 27년… 고객들 별의별 주문도 척척 해내죠”
메가마트 동래점 수산매장 김화열 씨
“내 칼 솜씨 한 번 맛보면 못 잊죠!”
수산매장 김화열(62) 여사는 ‘메가마트 동래점의 꽃’으로 불린다. 1995년 부산 최초의 창고형 마트인 동래점이 문을 열던 그해 입사해 지금까지도 수산매장을 떠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정년을 마치고 가정으로 돌아간 김 여사를 동래점이 삼고초려 끝에 다시 현장에 복귀시킨 덕이다.
자동으로 생선 비늘 치는 기계도 개발됐지만, 사람 손에 밀려 애물단지가 되는 곳이 바로 마트 수산매장이다.
지난해 정년퇴직 후 다시 현장 복귀
하루 70~80마리 생선 해체 ‘달인’
지난달 고객 만족도 조사 1위 차지
김 여사는 “음식물 쓰레기 많이 나온다며 생선 뼈까지 죄다 발라달라는 주문도 들어오는 세상”이라며 “요즘도 나만 꼭 지명하며 ‘저 아줌마가 손질해 달라’는 손님까지 여럿 있다”고 말했다. 강산이 두 번도 넘게 변할 동안 이어온 칼질에 자부심이 듬뿍 묻어난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여사와 12명의 ‘특공대’가 버티고 있는 수산매장은 메가마트 동래점이 지난달 고객 7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만족도 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고객이 구매한 제철 생선을 그 자리에서 조리 용도에 맞게 포 뜨기에서부터 간하기까지 척척 해결해 주는 서비스가 열광적인 호응을 얻은 덕분이다. 요샛말로 ‘오더메이드(order made)’ 서비스를 20여 년 전부터 해오고 있는 것.
경북 청도에서 시집와 고등어 다듬기도 벅차던 김 여사지만 27년의 세월은 그를 대구, 방어 같은 대물 어종도 홀로 순식간에 해체해 내는 베테랑으로 만들었다. 김 여사는 “동래점이 장사가 잘되어서 팔꿈치며 어깨며 성한 곳이 없지만 그래도 또 우리 속도를 따라올 사람이 없지 않느냐”며 웃었다.
주부들의 까다로운 소금 간 주문도 각양각색이지만 척척 해낸다. 김 여사는 “‘짜게’ ‘얕게’ ‘삼삼하게’ ‘간간하게’ 별의별 주문이 다 들어와서 내가 소금 친 생선 직접 사다 먹어보며 꾸준히 테스트를 해 왔다”고 했다.
메가마트 동래점의 수산매장은 규모가 200여 평으로 마트 내 단일 점포로는 전국 최대 규모다. 타 마트에서도 수시로 견학을 올 정도다.
그 덕에 김 여사가 손질하는 생선도 보통 하루 70~80마리 정도, 대목이면 하루 100마리가 넘는다. 깔끔한 장만 솜씨가 입소문을 타면서 그날 저녁상에 올릴 생선을 찾는 주부부터 타지의 자식에게 택배로 부칠 생선 장만을 부탁하는 부모까지 찾아올 정도다.
다른 사람 같으면 은퇴하고도 남았을 나이지만 노익장의 김 여사는 지금도 수산매장에서만큼은 현역이다. 김 여사는 “애들도 다 컸고 지치기도 해 그만둘까 하다가도 집안에 가만히 있으면 병이 나는 체질이라 ‘놀면 뭐 하겠느냐’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다”며 “올해 계약이 다 끝나도 마트가 붙잡으면 또 별수 없이 일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자신 있게 웃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