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러시아 원유 ‘금수’ 합의… 돈줄 좼으나 인플레 풀렸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진통 끝에 유럽연합(EU) 정상들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부분 금지하는 데 합의했다. 다만, 이번 금수 조치는 해상 운송 물량에만 해당돼 ‘반쪽짜리’ 합의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개최한 EU 정상회의에서 27개 회원국이 해상 운송을 통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미셸 의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합의로 수입이 금지된 규모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의 3분의 2를 차지한다”며 “러시아의 전쟁 자금원에 큰 손실을 입힐 것”이라고 썼다.

27개국 브뤼셀 정상회의 개최
해상 운송 통한 수입 금지키로
러 원유 수입액 3분의 2 차지
전쟁 자금원에 큰 타격 예상
에너지발 인플레 압력 커질 듯
송유관 물량 빠져 반쪽 지적도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도 EU가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90%까지 줄일 것이라고 이날 말했다. 현재 금수조치에서 예외로 인정한 물량도 단계적으로 수입을 금지할 것이라는 의미다. 이런 조치는 올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EU의 6번째 제재 패키지에 해당한다.

EU는 올 4월 러시아산 석탄 금수 조치에 합의하면서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첫번째 제재를 시작했고 이후 5차까지의 제재를 통해 EU 역내 선박 입항 금지, 러시아 주요 은행과의 거래 중단, 첨단 반도체 수출 금지 등이 이뤄졌다.

이번 금수 조치는 해상으로 수입되는 물량만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EU 회원국 일부의 이견 속에 마련된 절충안이다.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65%에 달하는 헝가리는 그동안 금수 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자국의 원유 공급에 안전이 보장되는 경우에만 제재를 지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며, 이에 따라 ‘헝가리’를 고려한 ‘반쪽짜리’ 금수 조치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조치에서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한 수입 물량은 제외됐는데, 이 송유관은 러시아에서 벨라루스를 지나 폴란드, 독일, 헝가리, 슬로바키아, 체코 등으로 이어지는 파이프라인이다. EU가 사들이는 러시아 원유 수입 물량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통로다. 이에 따라 벨기에와 네덜란드 등 해상 운송으로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해온 국가들은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반면, 헝가리 등은 파이프라인으로 저렴한 러시아산 원유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인다. 일부 국가에서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입한 저렴한 원유를 재판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원유 금수 조치는 지금까지 EU가 단행했던 대러 경제제재 가운데 가장 파괴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핵심 ‘돈줄’을 죌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지만, 인플레이션 압박은 더 거세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수입처를 다양화하려는 유럽의 움직임에 아시아의 에너지 공급도 불안해지는 등 에너지발 물가 상승 영향은 전 세계로 퍼질 전망이다.

특히 독일의 경우 5월 물가상승률이 50년 만에 최고치인 7.9%까지 오르면서 이미 에너지발 인플레이션 압박이 심각한 상황이다. 실제 독일의 에너지 가격은 전년 대비 38.3%가 상승했다. 이탈리아 역시 4월 물가상승률이 6% 수준을 기록 중인 가운데, 이날 유럽의 러시아 원유 금수 조치로 유가가 상승하고 있어 인플레이션 압박은 더 거세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한편, 이날 CNN에 따르면 러시아는 자국산 원유 금수에 합의한 유럽에 대한 보복 조치로 네덜란드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이로써 네덜란드는 러시아로부터 가스공급을 중단 당한 네 번째 국가가 됐다. 러시아는 조만간 덴마크의 천연가스도 끊을 것으로 보인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