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 동네 진짜 일꾼 뽑는 지방선거의 날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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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일이 밝았다. 지난달 19일부터 치열하게 맞붙었던 13일간의 선거 운동이 비로소 끝난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22일 만에 열린다는 점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했다. 게다가 지난 대선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안철수 후보까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서면서 ‘대선 연장전’ 성격이 짙어졌다. 결과적으로 지방자치와 지방 발전을 위해 실시하는 지방선거의 취지가 상당히 퇴색되고 말았다. 소중한 풀뿌리 민주주의가 중앙에서 휘몰아치는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지방선거는 우리 동네를 위해 봉사할 진짜 일꾼을 뽑는 축제라는 사실을 끝까지 명심해야겠다.

투표율 높아야 민심 제대로 반영
‘줄투표’로는 지방정부 견제 못 해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를 견제할 최소한의 균형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하는 모습에서 판세가 국민의힘 쪽으로 기울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일방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부산시장 선거가 차분한 정책 경쟁 위주로 펼쳐졌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인신공격과 흑색선전 없이 가덕신공항, 원전 정책 등 지역 주요 현안에 대해 양측이 치열하게 맞붙었다. 확성기 소음을 자제하는 ‘무소음 유세’나 쓰레기를 수거하는 ‘플로깅’ 등 일부 후보들의 달라진 선거 운동도 보기 좋았다. 부산시교육감 선거처럼 양 후보 간 고소·고발전으로 이어지는 비교육적인 모습만큼은 재연되지 않기를 바란다.

국민의힘이 부산시장 선거는 물론이고 부산 16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대부분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제6회 지방선거 때까지 민주당 계열의 정당이 부산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1석도 얻지 못했으니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공동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산 지역 유권자들은 민주당 소속 현직 구청장들의 지난 4년 구정 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들이 선전할 것이란 관측도 여전히 만만찮다. 관건은 투표율이다. 부산지역 사전투표율이 18.59%로 전국 평균을 밑돌아 걱정이다.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려면 본투표에서 투표율 제고가 필요하다.

오늘 투표장에서 가장 경계할 부분은 ‘줄투표’ 경향이다. 그동안 부산의 지방선거는 대통령이나 정당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게 사실이다. 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소속 정당이 같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묻지마 투표’를 했기 때문에 각종 비리와 방만한 재정 운영에 대한 견제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강조하는 “단체장 후보와 지방의원 후보를 구분하는 이중적 선택이 필요하다”라는 지적을 유념해야 한다. 유력 정치인과 함께 찍은 사진 따위는 아예 무시하자. 후보자의 공약에 대해선 재원 조달 방안이 있는지 구체성을 꼼꼼하게 따져 보자. 정당 못지않게 후보들의 자질, 공약 등을 살펴 제대로 된 후보에게 표를 줘야 한다. 부산의 운명을 좌우할 4년간의 미래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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