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 출신 감독이 영도서 촬영… 영화 ‘교토에서 온 편지’ 시사회
부산 영도 출신 감독이 영도에서 촬영한 영화 ‘교토에서 온 편지’가 공개됐다.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와 부산영상위원회가 제작 지원에 협력한 첫 사례로, ‘메이드 인 부산’ 영화의 지평이 한층 더 넓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3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진흥위원회 2층 시사실에서 ‘교토에서 온 편지’ 제작 경과 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영진위와 부산영상위 관계자는 물론, 부산시와 영도구 관계자 등이 대거 참석해 지역에서 제작된 영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KAFA-부산영상위 협력 작품
“부산 영화 지평 넓어졌다” 평가
이 영화는 KAFA 장편과정 15기 연구생인 김민주 감독이 연출한 영화로, 엄마 ‘화자’의 과거를 알게 된 세 딸의 변해가는 삶을 그린 드라마다. 이들이 사는 바다가 보이는 영도의 오래된 주택을 비롯해 영화 전체 분량의 90% 이상이 부산에서 촬영됐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평생 영도를 떠나지 못하는 장녀 역은 배우 한채아가, 작가가 되기 위해 서울로 떠났다 상처를 안은 채 다시 영도로 돌아온 둘째 딸 역은 한선화가 맡았다. 두 사람 모두 부산이 고향이라 자연스러운 사투리 연기를 보여준다.
김 감독은 “막내 딸 역할을 빼고는 조·단역까지 모든 배우가 부산에 거주하거나 부산 출신이다”며 “사투리를 포함해 이들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영화 속 영도가 마약 밀매나 범죄의 현장으로 주로 소비되거나 예쁜 관광지로만 그려지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영도에 발 붙이고 사람들, 일상적인 공간으로서의 영도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 영화는 부산영상위와 KAFA의 협력사업인 ‘메이드 인 부산 장편영화 제작지원 사업’의 지원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부산으로 이전한 KAFA의 장편과정 제작에 부산 소재와 부산 인력을 참여시켜 지역 제작사와 배우, 스태프들이 경력을 확장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지난해 처음으로 시작한 사업이다.
‘교토에서 온 편지’ 역시 전체 스태프와 출연진의 50% 이상을 부산 출신으로 구성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 상영되는 것을 목표로 현재 후반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역에서 영화를 제작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김 감독은 인프라 부족을 꼽았다. 그는 “최대한 지역에서 장비를 수급하려고 해도 레커차나 살수차 등은 구할 수가 없다”며 “결국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동하는 하루 동안의 경비와 숙박비 등 추가 지출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날 제작 경과 보고를 맡은 조근식 KAFA 원장은 “이번에 공개한 영화는 아직 엔딩 크레디트가 달리지 않은 미완성 작품이지만, 관객에게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라 부산의 마음을 담아낸 작품을 함께한 분들과 자축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며 “영화도시 부산과 KAFA가 협력해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KAFA와 부산영상위의 ‘메이드 인 부산 장편영화 제작지원 사업’은 올해 예산을 증액해 지원작을 2편으로 늘렸다. 올해 사업 선정작은 ‘보이 인 더 풀’(감독 류연수)과 ‘엄마의 왕국’(감독 이상학)이다. 이자영 기자 2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