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날씨·강한 바람·산악지형 ‘삼중고’ 소방당국 총동원령… 밤새 진화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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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산불 비상

31일 경남 밀양에서 발생한 산불은 메마른 날씨 속에 강한 바람을 타고 퍼져 나가 진화에 애를 먹었다. 피해 면적은 이날 오후 6시 기준 187ha(진화율 16%)에 달했고, 최종 진화 선언을 위한 작업이 1일까지 연장됐다.

특히 산불 현장 인근에는 부북면 화산마을·용포마을 등 민가와 축사, 춘화 농공단지가 있어 산림청와 소방 당국을 바짝 긴장하게 했다. 화재 현장과 가까운 마을은 거리가 180m 정도에 불과했다. 산불은 밀양구치소에서 600~700m 떨어진 곳까지 접근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당시 화재 현장에는 긴박한 주민 대피와 구치소 수감자 이송 작전이 동시에 벌어져 큰 혼란을 빚었다.

산불지역 인근인 화산리 일원 주민 100가구 476명은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대피를 완료했다. 마을 주민 김태현(76) 씨는 “발화 당시 강풍이 엄청나게 불었다”며 “불이 여기(화산마을)에서 (밀양) 구치소가 있는 지곡마을까지 순식간에 퍼졌는데, 이렇게 갑자기 확산한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밀양구치소 수감자 391명도 대구교도소로 이송됐다. 교정당국은 산불 확산에 따른 선제적 조처로 수감자들을 새로 지은 대구교도소로 이송했다. 국내에서 화재 등에 따른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재소자들을 대거 이송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인근 희윤요양병원 입원 환자 등 228명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송 준비를 마치고 대기했다.

이날 산불이 초기에 진화되지 못하고 피해 면적을 넓힌 것은 밀양지역에 건조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대기가 마른 데다, 강한 바람을 타고 불길이 계속 번졌기 때문이다. 창원기상대에 따르면 올해들어 이달 말까지 밀양지역 강수량은 평년 106.7mm에 훨씬 못미치는 3.3mm다. 이 때문에 최근 야산에는 낙엽이 쌓인 지표층이 바짝 마른 상황이다.

또 계절적으로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무성하게 자란 소나무와 침엽수가 불완전 연소하면서 연기가 평소보다 더 많이 발생해 헬기 조종사들의 시야를 가리는 바람에 진화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 2월 말 합천·고령에서 발생한 산불과 마찬가지로 강한 바람 등 기상적 악조건과 불에 잘 타는 수목 종류 등으로 인해 산불이 크게 확산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날 산불이 난 지역은 산악지형으로 소방차 진입이 안돼 헬기 진화에 주로 의존했다.

초속 11m에 달하는 강한 바람으로 산불 연기가 낙동강변 삼랑진읍까지 퍼졌고, 밀양시와 인접한 김해시에도 연무와 타는 냄새가 관측됐다. 이에 김해시는 ‘밀양 부북면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접지역 연무 및 재 날림이 예상되므로 주의하기시 바랍니다’라는 재난문자를 발송하기도 했다. 다행히 바람이 민가 방향이 아닌 산 중턱으로 불어 인명과 재산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산림청 관계자는 “바람을 탄 불길이 이 산 저 산으로 옮겨붙었지만 신속한 대피로 인명피해 등은 없는 상황”이라며 “야간산불 대책을 수립해 1일 최종진화를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길수·김태권 기자 kks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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