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루나·테라 실패가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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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용 (주)리얼체크 비트코인뱅크 대표이사

최근 주변에서 블록체인의 내재 가치를 묻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UST) 폭락 사태 때문이다. 현재 루나와 UST는 가치가 없는 사실상 휴지 조각으로 전락했다.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고, 그 여파로 가상화폐 시장 전반의 신뢰마저 흔들리고 있다.

애초에 큰 자본도 없고, 확실하지 못한 사업 모델인 ‘대안 명목화폐’ 코인으로 시작한 루나·테라 프로젝트는 2021년 가격이 1만 원을 넘기면서부터 갑자기 주목받았다. 이후 자체 기획한 블록체인 금융상품을 연달아 출시하면서, 해외에서 모여드는 예치금과 함께 힘을 키워 갔다. 이때, 한국의 주요 투자자가 커지는 예치금을 보고 ‘탈중앙화 금융이 실현되는구나’라며 큰 투자를 강행했다. 시세 차익을 노린 영끌·빚투족도 상당수였다. 기저에는 믿음이 있었다. 막강한 ‘명목화폐’인 달러와 비슷한 역할을 해낸다는 희망과 신금융시장 수요에 따른 수익 실현의 기대였다. 루나·테라 프로젝트를 고안한 사람은 무리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경쟁사와 초격차를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시스템이 버텨 준다면 폭발적인 성장 속도에 힘입어 ‘완벽한 대안 명목화폐 프로젝트’가 되리라 믿었을 것이다.

‘대안 명목화폐’ 믿음으로 초창기 성공
위험 신호 무시해 외부 공격에 노출
가상화폐 시장 전반적 신뢰 흔들어

자본시장에 미래 보장 상품은 없어
정부·기업 협조가 성공 선제 조건
시스템과 기록으로 내재 가치 살펴야


하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프로젝트의 크고 작은 문제에 대한 지적에 큰 문제가 아니라며 호언장담하고, 상대방을 비난했다. 코인의 유동성이 낮아 여러 위험 신호가 관찰되었음에도 무시했다. 결국, 누군가가 루나·테라 코인 발행 규칙의 약점과 외부 자금을 이용해, 루나·테라 코인 생태계 전체의 30%에 해당하는 유동성을 시장에 냅다 떨어트려 공격을 감행했다. 블록체인의 규칙을 악용하여 공격했고, 루나·테라 네트워크는 막대한 공격을 전혀 막을 수 없었다.

결국 루나·테라 네트워크는 가장 중요한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USD(UST)의 가치가 폭락하는 사태를 맞았다. 위 사건으로 전체 루나와 UST의 가치가 휴지 조각이 되어 버린 이유는 가장 중요한 명목화폐의 명목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1UST를 1달러로 언제든 바꿀 수 있다고 믿었는데, 더 이상 그럴 수 없다면 이 블록체인을 이용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여러 연계된 금융상품의 청산이 연달아 실행되어 투자자들의 큰 손실로 이어졌다. 믿음도 사라졌다. 결국, 실험적인 코인 프로젝트의 안일한 대처로 인해 단 며칠 만에 전체 네트워크가 붕괴돼 수많은 피해자와 블록체인 시장의 신뢰를 꺾어 버린 ‘루나·테라 사태’가 되고 말았다.

루나·테라 블록체인은 그저 외부 자금의 공격으로 단 며칠 만에 약 99.91%의 가치를 상실했다. 이 상황에 미처 대응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하루아침에 피해자가 되었다. 만약 내부 시스템 오류나 해킹으로 문제가 생겼다면 이를 복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블록체인이 고장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아주 멀쩡했다. 그저 돈만 있으면 루나코인의 가치를 무한히 떨어트릴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그래서 공격자는 돈을 써서 공격해 코인의 가치를 일순간에 떨어트렸다. 그렇게 루나·테라 블록체인은 신뢰가 사라진 채 데이터만 남게 되었다. 하루아침에 실패한 프로젝트로 전락했다.

루나·테라 프로젝트는 전체 사업의 핵심 가치를 대안 명목화폐로 삼았고, 외연 확대를 위해 대형 자본시장을 공략했다. 여러 협조가 필요했던 상황에도, 이를 무시한 채 사업은 성공적이라며 일갈했다. 주변 상황과 여러 우려를 무시한 채 무리한 확장을 시도하다 자본시장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해 그 가치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단 일주일 만에 4년 넘게 끌어온 프로젝트 전체의 실패를 초래한 것이다.

이 사건을 통해 블록체인 산업의 핵심을 확인할 수 있다. 새로운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대내외 정치적인 환경도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이다. 루나·테라 프로젝트의 시도는 높게 평가할 만하지만, 어디까지나 블록체인 기술의 적정성과 그 한계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활용해야 했다. 블록체인은 분명히 혁신적 시장을 가져올 수 있는 기술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사업을 면밀하게 보조하고 무리 없이 이끌어 줄 수 있도록 정부와 여러 기업의 협조와 이해가 우선되어야 했다.

과연 이 프로젝트가 블록체인을 제대로 활용했을까? 결코 그렇다고 볼 수 없다. 프로젝트 의미를 블록체인 내재 가치에서 찾거나 활용하지 않고, 단순히 디지털화와 사업의 마케팅 요소로 삼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의 내재 가치를 제대로 바라보고 싶거든 별도의 자본시장에 종속되는 것이 아닌, 시스템과 그 기록으로 판단해야 한다. 블록체인 산업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비즈니스를 보면 된다. 자본시장에서 확실한 미래 보장 투자 상품은 없다. 블록체인의 내재 가치는 무너지지 않는 시스템과 그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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