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날씨에도 ‘지역 일꾼 뽑기’ 소중한 한 표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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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방선거 투개표 현장 표정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 1일 부산 지역 918곳의 투표소에는 초여름 후덥지근한 날씨 속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유권자들은 하나같이 부산의 잃어버린 도시 활력을 되찾아 줄 지역 일꾼을 염원했다. 또 후보들보다 지지하는 정당을 보고 투표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유권자들의 무관심 탓인지 투표소가 크게 붐비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일부 투·개표 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청년 일자리·물가 안정화 등
저마다 바람 안고 발걸음
투표용지 많아 당황하기도
기표소 동행·마스크 미착용 등
곳곳서 크고 작은 소동 연출

■‘내가 바라는 지역 일꾼은…’

1일 오후 부산 동래구 온천동 이주홍문학관에 마련된 온천1동 제3투표소 앞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무더운 날씨에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회사원 임재성(45) 씨는 “홀로 사는 노인과 청년 인구 비율이 높은 부산의 특성을 고려해 이 문제를 해결할 후보가 당선돼 노인과 청년이 적어도 집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부산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이민우(33) 씨도 “발전이 정체된 동래구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대표가 필요하다”며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공약을 제시한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서민의 삶과 협치를 강조한 유권자도 있었다. 학원강사 안경희(53) 씨는 “누가 당선되더라도 상대 당과 협치를 통해 지역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며 “집값과 물가를 안정화해 서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후보가 당선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집권 여당에 힘을 실어 국정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유권자들도 있었다. 송순달(73) 씨는 “집권 여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투표소를 찾았다”고 말했고, 택시 운전사 박정효(73) 씨는 “인물을 떠나 야당에 대한 반감이 커 여당의 손을 들어주러 나왔다”며 “새로운 대표들이 도심 내 주행 속도 제한 등 불합리한 규제를 철폐해 서민들이 생업에 전념하도록 힘써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수영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1층에 설치된 남천1동 제4투표소에는 간간이 유권자들이 발길을 하며 대체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이 모(29) 씨는 “후보에 대한 정보도 부족한 것 같고 마음에 드는 인물도 없어 정당을 보고 투표했다”고 말했다.

투표 용지가 많은 탓에 혼란스러웠다는 반응도 많았다. 해운대구 반여1동 제3투표소를 찾은 강 모(38) 씨는 “이렇게 많은 투표 용지가 있는 줄 몰랐고, 나눠서 기표하는지도 몰라 당황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는 젊은 층에서 투표 참여 열기가 눈에 띄게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서 모(30·동래구) 씨는 “이번 선거에 관심이 별로 없어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확한 개표 위해 ‘확인하고 또 확인’

“마스크 착용하고 개표를 진행하겠습니다.”

1일 오후 7시 30분께 부산 동래구 사직동 부산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 개표소에서는 개표에 앞서 안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지난 대통령 선거와 마찬가지로 개표 사무원들은 라텍스 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개표에 임했다.

오후 8시가 되자 경찰의 삼엄한 경비 아래 개표 보조요원들이 봉인된 투표함을 가지고 개표소 안으로 들어왔다. 개표소 입구에 이삿짐센터 차량, 노란 학원버스 등 투표함 운송 차량 수십 대가 늘어섰다.

투표함이 개표소로 들어오자 개표 참관인들은 투표함 봉인을 여러 차례 확인했다. 개표 참관인으로 참여한 김민수(26·동래구) 씨는 “직접 개표를 확인하니 선거 과정에 더 신뢰가 간다. 개표 과정을 지켜보고 나니 정치에 관심이 더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 8시 30분께 해운대구 우동 벡스코 전시장 개표소에서는 투표지 분류기 기계가 멈춰 개표 작업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해운대구선관위 관계자는 “투표지가 구겨지거나 뭉쳐진 채로 투표 분류기에 들어가 투표지 1장을 인식하지 못해 기계가 멈췄다”고 설명했다.

개표원들은 정확한 개표를 위해 확인에 확인을 거듭했다. 오후 9시 20분께 해운대구 개표소 개표원들은 후보별 득표 수를 최종 확인하는 심사·집계부에서 정당 분류가 잘못된 투표지가 발견되자, 정당별로 분류된 투표지를 모두 꺼내 손으로 재분류했다.



■투표소 곳곳 소동 잇따라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어김없이 투표 과정에서 크고 작은 소동이 잇따랐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1일 오전 6시 39분 기장군 기장읍 제3투표소에서 60대 남성 A 씨가 90대 모친과 함께 기표소에 들어가려다 선관위 직원의 제지를 받았고, 이에 반발해 소란을 피웠다. 출동한 경찰은 A 씨를 진정시키고 귀가 조치했다.

이날 오전 9시 17분 사상구 덕포1동 제3투표소에선 50대 남성 B 씨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투표소를 찾았다가 투표소에 마스크가 없다며 난동을 피웠다. 출동한 경찰은 B 씨에게 오후에 마스크를 착용한 뒤 다시 투표소를 방문해달라고 안내하고 귀가시켰다. 이날 오전 9시 25분 해운대구 좌1동 제2투표소에서는 90대 남성 C 씨가 80대 여성과 함께 기표소에 들어가려다 선관위 직원에게 제지당했고, 이에 소란을 피우다 경찰 출동 후 자진 귀가했다.

울산에서는 50대 아들이 노모의 투표용지를 훼손하는 일이 발생해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1일 오후 4시 50분께 울산 남구 한 투표소에서 50대 D 씨가 투표용지를 찢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D 씨는 80대 어머니가 투표 중인 기표소에 따라 들어가려다가 제지당하자, 어머니가 나오기를 기다려 해당 용지를 훼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D 씨를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 후 법적 조치할 예정이다.

사회부·지역사회부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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