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부산시장 중 유일 대선주자급… ‘엑스포 유치’가 첫 검증 무대 될 듯
박 시장 향후 행보는
윤석열과 이준석, 그리고 박형준. 제8회 부산·울산·경남(PK) 지방선거를 압승으로 이끈 3인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높은 국정운영 지지도로 보수 진영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했고, 이준석 대표는 국민의힘의 ‘수구 정당’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부산 지선에서 압승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은 박형준 부산시장이다.
66.4% 사상 최고 득표율로 재선
기초단체장·지방의원 승리도 견인
전문가 “차기 대선 주자 자질 갖춰”
엑스포 성과 땐 더 많은 활동 예상
박 시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60% 안팎의 지지율로 일찌감치 국민의힘에 유리한 선거 구도를 조성했다. 지방선거에선 광역단체장부터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까지 특정 정당에 표를 몰아주는 ‘줄투표’ 경향이 강해 부산시장 후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박 시장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후보들의 요청을 수용해 집중적인 지원 유세를 펼쳤다. 일부 약세 지역엔 3~4차례 방문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1995년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특정 정당이 부산 16개 기초단체장을 석권하는 역사적인 기록을 만들었고, 42명을 뽑는 지역구 부산시의원 선거에서도 전원 승리했다. 박 시장 본인도 역대 부산시장 선거 사상 가장 높은 득표율(66.4%)로 재선 고지에 올랐다. 이제 관심은 박 시장의 정치적 위상과 역할이다. 박 시장은 일단 16명의 기초단체장과 45명(비례대표 포함)의 부산시의원을 우군으로 확보함으로써 ‘부산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유력 정치인이 없는 상황에서 박 시장이 부산의 행정과 정치를 사실상 장악하게 된다.
울산과 경남에도 차기 주자가 거의 없어 박 시장이 부울경 전체를 대표하는 좌장 역할을 할 전망이다. 물론 부산고 출신의 안철수 의원이 보궐선거 승리로 보수 정치권에 본격 진입했고, 김기현·김태호 의원이 차기 당권을 노리지만 박 시장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역대 여야 부산시장 중 대선 주자 반열에 오른 사람은 사실상 박 시장이 유일해 전국적인 주목을 더욱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박 시장은 높은 정치적 식견과 국내외를 아우르는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중앙 무대에서 맹위를 떨칠 전망이다. 한 선거 전문가는 “지나치게 정치 지향적이거나 정치력이 약한 다른 광역단체장과 달리 박 시장은 차기 주자로서 자질을 충분히 갖췄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박 시장이 재선 광역단체장으로서 얼마만큼 성과를 거두느냐다. 내년 11월 중 결정될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가 1차 관문이다. 박 시장이 중앙 정부와 재계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엑스포 유치에 성공한다면 확실한 차기 주자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반대로 부산시가 엑스포 유치에 실패하면 박 시장은 심대한 타격을 입는다. 전부 박 시장 본인의 책임은 아니겠지만 완전히 면피하기도 힘들다.
이런 전반적인 상황을 감안할 때 박 시장은 앞으로 중앙과 세계 무대에서 더 많은 활동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부산의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선 ‘부산 밖 활동’을 더욱 강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시 서울본부의 직제도 대폭 개편하고 직급도 올릴 필요성이 대두된다. 약한 정무라인의 보강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권기택 기자 kt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