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고독사 처리 업체, 이렇게나 많았다니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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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진입 부산 경고등 켜져
고립 담당할 컨트롤타워 만들어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어로 '고독사'를 넣어 보았다. '고독사 빠른정리 천국양행', '고독사 가족장 상조', '가정폐기물 전문업체', '청년유품정리연합', '유품정리 특수청소', '고독사 다 치워!'…. 유품정리업체의 사이트를 소개하는 광고가 줄줄이 뜬다. 고독사는 1990년대 이후 일본에서 '나홀로 죽음'이 급증하면서 생긴 신조어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유품정리업체의 난립은 돈이 된다는 뜻이고, 고독사 사례가 알려진 것보다 많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이탈리아에서 독거노인이 미라 상태로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보도된 한 신문 홈페이지.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이탈리아에서 독거노인이 미라 상태로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보도된 한 신문 홈페이지.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초고령사회 어두운 그림자

지난 2월 이탈리아에서는 독거노인이 미라 상태로 경찰에 발견되어 큰 충격을 주었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꼬모현에 사는 70세 여성 마리넬라 베레타 씨가 자기 집 식탁 의자에 앉아 사망한 지 2년이 지나면서 자연적으로 미라가 된 것이다. 돌봐 줄 친인척이 없었고, 이웃들은 그녀가 보이지 않자 이사한 줄 알았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신문 '코리에레델라세라'는 1면에 사설을 싣고 "베레타는 '의인화한 고독'이었다"라고 애도했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된다. 2019년 기준 이탈리아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2.8%로 일본(28.2%)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

'고독사 대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서는 연간 3만 2000명 이상이 고독사한다고 알려진다. 최근 일본에는 은둔형 외톨이가 초고령사회 현상과 맞물린 '동시 고립사'가 새로운 사회현상으로 등장했다. 고독사 대신 '고립사'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개인의 외로움보다는 사회적 관계의 단절에 의한 죽음이라는 의미를 부각하기 위해서다. 2020년 5월에는 일본 중부 아이치현에선 87세의 아버지와 55세 아들의 시신이 발견됐다. 같은 해 12월 도쿄의 아파트에선 91세 어머니와 66세 아들에게 같은 형태의 비극이 발생했다. 은둔형 외톨이가 유일하게 의지했던 부모가 사망하자 생의 끈을 놓아 버리거나, 부모의 연금이 끊기면서 굶어 죽는 것이다. '노인과 바다'라고 불릴 정도로 노인 인구가 많은 부산이 걱정이다. 부산시는 지난해 7개 특별·광역시 중 처음으로 만 65세 이상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부산지역 1인 가구 중에는 60대가 19.1%로 가장 많았다. 부산에 고독사의 경고등이 빨갛게 켜졌다.


■줄어든다는 부산 고독사 "글쎄요"

<부산일보> 기사 검색을 해 보면 부산의 고독사 사례나 대책이 쉽게 찾아진다. 지난 5월에는 부산 영도구의 한 아파트에서 홀로 지내던 60대 여성이 숨진 지 오래되어 발견됐다. 지역 복지기관의 보호망에 마지막으로 포착된 지 1년, 사망한 지도 최소 6개월 이상 되었다고 한다. 임대료와 관리비를 내지 않고 연락도 받지 않자 아파트 관리소장이 신고한 결과다. 이 여성은 기초생활수급자이자 우울증과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앓았다. 복지기관에서 입원을 권유해도 거부했다지만 이런 상태로 혼자 생활하도록 내버려 뒀다면 사실상 우리 사회가 방치한 게 아닐까.

앞서 지난 1월에는 부산 서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70대 남성이 숨진 지 사흘이 지나 발견됐다. 이 남성 역시 이웃과 교류가 없었다. 인근 상인이 딱하게 보고는 행정복지센터에 복지서비스 대상자로 신청해 관계자가 방문했지만, 문을 열어 주지 않아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망 남성은 고독사로 분류되지 않았다. 뒤늦게 나타난 아들이 시신을 인계했고, 인근 상인이 복지서비스를 대리 신청했다고 서구청이 '사회적 고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고립'을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기에 서구청만 나무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부산시 고독사 통계의 정확성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의 고독사는 2017년 40명 수준에서 지난해 14명으로 최근 5년간 감소 추세에 있다. 부산에 고령의 1인 가구는 늘고 있는데 고독사가 주는 게 사실일까. '무연고 사망'은 사망자의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경우, 또는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까지 포함한다. 무연고 사망은 고독사 추이를 엿볼 수 있는 지표로 꼽힌다. 부산의 무연고 사망자는 △2016년 135명 △2017년 137명 △2018년 221명 △2019년 245명 △2020년 344명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한 지자체의 공영장례 지원 모습. 부산일보DB 한 지자체의 공영장례 지원 모습. 부산일보DB

■ 영국·일본, 고독부 장관까지 나와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고독사 대책도 속속 나오고 있다. 2021년 4월부터 시행된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대표적이다. 이 법 제4조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고독사 위험자를 고독사의 위험으로부터 적극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고, 고독사 예방 및 대응 등 각 단계에 필요한 정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로 되어 있다. 지난해 입법예고된 무연고자·저소득층도 존엄하게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부산시 공영장례 지원 조례안도 의미가 크다. 다만 실제 장례 업무를 담당하는 기초지자체의 공영장례 조례가 아직 마련되지 않은 곳이 많아 속히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영국과 일본처럼 고독·고립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는 국가의 사례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사회변화에 민감한 영국은 2018년 외로움 문제를 담당하는 장관을 처음으로 임명해 관심을 끌었다. 체육 시민사회부 장관이 '고독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겸직한다. 2021년 일본도 고독과 고립 대책을 전담하는 정부기관과 장관직을 신설했다. 일본 내각관방에 '고독·고립 대책 담당실'을 만들고 사카모토 데쓰시 저출산 대책 담당상이 겸임하도록 했다. 우리도 고독사 예방이라는 관점에서 제도를 개편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영국이나 일본처럼 고독과 고립을 담당하는 정부기관이나 장관직 신설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래된 다가구주택이 있는 골목길과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등에서 고독사가 많이 발생한다. 부산일보 DB 오래된 다가구주택이 있는 골목길과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등에서 고독사가 많이 발생한다. 부산일보 DB

■도움 거부해도 꾸준히 설득해야

고독사 예방 대책은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기나 수도, 가스 등 이른바 '라이프 라인'의 사용량이 급감하는 1인 가구를 중점적으로 점검하는 쪽으로 진행되지만 분명하게 한계가 있다. 지금까지 고독사가 대부분 이웃의 신고로 발견되는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복지의 확대, 즉 대면접촉을 늘려야 한다. 부산 서구의 사례처럼 고립돼 있을수록 도움을 거부하지만 결국 자기 방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지원을 거절한다면 꾸준한 설득과 관계 맺기를 통해 돌봄 지원 체계 내에서 보호받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또 최근의 연구는 고독사가 오래된 다가구주택이 있는 골목길, 고시원과 쪽방이 밀집된 지역, 영구임대아파트 단지에서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임대료가 낮은 공간은 고독사에 취약하기에 더욱 체계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지자체는 특히 일용직 가운데 기초생활보장제도 신청자나 수급 탈락자에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 응급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고독사도 늘어날 것이다. <죽은 자의 집 청소>를 쓴 김완 작가 겸 특수청소노동자가 우리 사회에 당부하는 두 가지에 주목해 보자. 첫째는 돈이 없어도 꿈을 못 이뤘어도 자신에게 가혹하지 말고 좀 더 용서하고 친절하게 대하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 누군가에겐 생명줄인 전기와 수도는 제발 끊지 말아 달라고 했다. 박종호 수석논설위원 nleader@busan.com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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