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빗장 푸는 하늘길, 관광도시 부산 빈틈없어야
6월 1일부터 일본에서 한국 관광비자 발급이 시작되자 수많은 일본인이 비자를 받으려고 장사진을 치는 것도 모자라 밤샘까지 불사하며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대사관 등 일본 내 재외공관에서 당황해할 정도라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2년 넘게 참아 왔던 일본인들의 한국 여행 욕구가 잇단 관광비자 신청 열기로 이어지고 있는 모습에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오는 10일부터는 한국에서도 단체관광에 한해 일본 관광비자 발급이 허용될 예정이다. 이제 양국 사이에 본격적인 관광의 길이 열리는 것이다. 오랜 침체를 겪어 온 지역 관광산업이 회생의 기회를 맞게 됐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일 양국 관광비자 발급 재개 계기
엔데믹 시대, 관광 활성화 전략 짜야
지역 관광산업이 활기를 되찾으려면 무엇보다 한·일 양국 간 출입국 규제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었던 지역 항공업계의 숨통을 틔우는 일이 시급하다. 특히 에어부산은 한·일 간 하늘길 정상화가 경영회복의 중요한 열쇠로 꼽힌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매출의 45%가 일본에서 나올 정도로 에어부산은 국내 저비용항공사 중에서 일본 노선의 비중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에어부산은 향후 일본 노선 정상화에 커다란 기대를 걸고 있는데, 이는 항공사의 경영 개선을 넘어서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한·일 양국 간 관광 재개에 따라 일본 관광객들이 대거 몰려온다 해도 그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다른 항공사에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다. 현재 에어부산의 일본 노선은 부산~후쿠오카, 인천~나리타, 인천~오사카 3개가 있지만 모두 주 1회 운항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운항 횟수가 이렇게 적어서야 폭발하는 관광객들을 제대로 보듬어 내는 건 불가능하다. 운항을 확대하거나 노선을 늘리지 않는 한 수도권과 연결된 다른 항공사들이 그 수요를 갖고 가는 건 불 보듯 뻔하다. 양국 관광의 빗장은 풀렸으나 부산의 하늘길이 턱없이 부족해 국제 관광객을 잃을 수밖에 없는 셈이니 실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김해공항이 지방공항 국제선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일본 노선 운항을 재개한 게 지난달 31일이다. 새 정부 출범 후 한·일 관계 개선과 인적 교류 활성화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를 계기로 김해공항 국제선 운항이 서서히 정상화 국면을 맞을 텐데 부산이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관광산업 활성화와 관광객 유치 전략을 세워야 한다. 화급한 과제가 주요 해외 국가를 대상으로 한 중장거리 노선을 개설·확대해 지역민의 항공 이용 편의를 높이는 것이다. 에어부산이 그 첫 시험대라 할 수 있다. 부산시와 지역 항공업계, 상공계, 정치권이 힘을 합쳐 운항 확대 방안을 찾아야 한다. 본격적인 엔데믹 시대에 발맞춰 국제 관광도시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발 빠른 대처가 긴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