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째 계속되는 고통… 우크라 국민 680만 명, 난민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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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크라 전쟁 100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00일이 지나면서 전쟁 종식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러시아와 인접해 안보에 위협을 받는 동유럽 국가들은 여전히 반러시아 입장이 확고하지만, 유럽연합(EU)을 이끄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은 적정 선에서의 타협과 종전을 바라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젤렌스키 “러, 우크라 20% 장악”
장기전에 달라지는 유럽 분위기
심각해진 인플레와 식량난 원인
마크롱 “러시아 굴욕 줘선 안 돼”

■점점 노골화하는 종전 촉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출구 마련을 위해 러시아에 굴욕을 줘서는 안 된다고 한 발언이 4일(현지시간)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앞서서도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며, 독일, 이탈리아, 이스라엘, 터키 등과 더불어 이번 전쟁 국면에서 ‘중재자’를 자처해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4일자 프랑스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이 멈추면 우리가 외교적 수단을 통해 출구를 마련해줄 수 있도록 러시아에 굴욕을 줘선 안 된다”고 말했다. 프랑스 뿐 아니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등도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잇달아 통화해 종전을 설득하는 한편, 우크라이나에는 양보와 협상 재개를 종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과 유엔도 러시아를 향해 전쟁 종식을 촉구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전쟁 100일째인 3일 성명을 내고 “푸틴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그가 선택한 전쟁이 초래한 이 싸움과 모든 고통, 그리고 글로벌 격변을 즉각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3일 전쟁 100일을 맞아 성명을 내고 폭력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러시아에 굴욕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요구는 프랑스와 프랑스 국민을 모욕할 뿐”이라고 반발했다.

서유럽 국가들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온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도 4일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와의 인터뷰 내용을 홈페이지에 게재하며 여기저기서 즉각적인 휴전과 평화협상 개시를 요구하지만 “평화는 그 자체로 좋은 것이라는 세간의 인식은 틀렸다. 지금은 섣부른 휴전을 운운할 때가 아니라 우크라이나군에 더 많은 무기를 공급할 때”라고 반박했다.



■전쟁 100일, 무엇을 남겼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 100일 하루 전날인 지난 2일 룩셈부르크 의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영토의 20%가 러시아군에 점령됐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의 진격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더디지만, 돈바스 주요 지역이 하나 둘 점령되면서 이제 2014년 합병된 크림반도를 포함하면 러시아군 통제 지역은 4만 3000㎢가 넘는다고 AFP는 전했다.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매일 우크라이나인 100여 명이 숨지고 450~500명이 부상하고 있다”며 “어린이들은 200여 명 이상 죽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올 2월 24일 새벽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하는 ‘특별군사작전’을 명령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동·남·북부 3면에서 진격하던 러시아군은 수도 키이우를 탈환하지 못한 채 4월부터는 돈바스 지역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또한 이번 전쟁으로 동서 냉전 경계선은 더욱 명확하게 그어졌다. 푸틴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동진’에 대한 경고로 이번 전쟁을 시작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중립국이던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 가입을 선언하는 등 나토는 더욱 확장하는 길을 걷게 됐다. 주요국의 국방비도 늘어나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인 독일, 일본까지 국방비를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3일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를 떠난 난민도 680만 명에 이른다. 서방 국가를 중심으로 러시아 경제 제재에 나섰지만, 각국에 돌아온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은 결국 전쟁엔 승자가 없음을 말해줬다. 특히 식량, 에너지, 금융의 글로벌 위기의 파고는 가난한 국가, 가장 취약한 이들부터 덮쳤다.

이처럼 전쟁으로 인한 피해와 부담은 무겁게 쌓이고 있지만, 소셜미디어상에서의 전쟁에 대한 관심은 전쟁 100일이 되면서 확 사그라들었다. 소셜미디어 분석업체 뉴스휩에 따르면 올 2월 전쟁 첫 주 우크라이나 전쟁 기사에는 댓글 등 반응이 1억 900만 건에 달했으나 5월 마지막 주엔 그 규모가 96% 감소한 480만 건에 그쳤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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