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철거한 톈안먼 추모비, 대만에 복제품 설치
중국 톈안먼 민주화 시위 33주년을 맞은 4일(현지시간) 홍콩에서는 이를 기억하는 일이 더 힘들어졌고, 대만은 홍콩에서 철거된 추모비를 복제해 설치하는 등 홍콩의 분위기를 이어받았다.
홍콩에서는 당국의 탄압 속에 3년째 추모행사가 불발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홍콩 특별행정구는 민주화 시위 기념일 하루 전인 3일 오후 11시부터 5일 오전 0시 30분까지 빅토리아 공원을 봉쇄하는 등 희생자 추모행사를 사실상 금지했다. 이에 반발한 시민들은 도심 곳곳에서 촛불을 들었다. 홍콩 시민단체 사회민주연선의 라우샨칭은 공원 인근에서 ‘6월4일 추모’ 문구가 적힌 마스크를 쓰고, 1989년 톈안먼 시위 참가 후 22년을 복역한 고 리왕양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홍콩명보에 따르면 이날 추모 시위와 관련해 6명이 체포됐다.
반면, 대만 타이베이에서는 친중 홍콩당국의 탄압 속에 지난해 12월 철거된 텐안먼 시위의 상징 ‘수치의 기둥’ 복제품이 4일 세워졌다.
톈안먼 추모행사는 해외에서도 열렸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4일 미국 LA 등에서도 추모 행사가 열렸으며 호주 시드니에서도 50여 명이 중국 총영사관 앞에서 촛불을 켜고 추도 행사를 열었다. 인도 다람살라, 일본 도쿄 등에서도 추도 행사가 개최됐다.
중국 사회에서 톈안먼 시위는 금기어 수준을 넘어 ‘없었던 일’로 취급되고 있다. 홍콩명보는 톈안먼 민주화 시위 33주년을 앞두고 중국 소셜미디어들이 일제히 검열을 강화했다고 5일 전했다.
중국 최고지도부는 1989년 4월 중순부터 계속된 민주화 시위를 6월 3일 밤부터 6월 4일 새벽까지 무장 군병력을 동원해 유혈 진압했다. 중국 당국은 사망자가 319명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수천 명으로 추산된다. 이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