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원 과반… 고성군의회 ‘남다른 여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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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고성에 진정한 ‘여풍당당 시대’가 열린다. 7월 1일, 민선 8기 시작과 동시에 군의회 과반 의석을 여성이 꿰찬다. 남성 위주의 정체한 지방의회에 새바람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일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고성군의원 11명 중 6명이 여성이다. 국민의힘 3명, 더불어민주당 2명, 무소속 1명으로 4명은 선출직, 2명은 비례대표다. 경남도내 18개 시·군 의정사를 통틀어 여성의원이 다수를 차지한 것은 고성군의회가 처음이자 유일하다.

경남 유일 여성 다수 의회 구성
지선 당선인 11명 중 6명 여성
4명은 선출직·2명은 비례대표
타 의회 여성 비율 30% 남짓

고성을 제외한 대다수 도내 지방의회의 여성 비율은 비례대표를 포함해도 30% 남짓에 불과하다. 고성 역시 7대 의회까지만 해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11명 중 여성은 단 3명, 이마저도 2명은 비례대표였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여성 특유의 친근함과 섬세함 그리고 성실함을 무기로 2개 선거구에서 4명이 출사표를 던졌고, 전원 당선됐다. 스스로 ‘유리천장’을 깬 셈이다.

특히 후보 9명이 각축전을 벌인 가선거구(고성읍·대가면)에 출마한 국민의힘 김향숙(61·2661표·19.20%), 민주당 김원순(55·2558표·18.46%), 무소속 이쌍자(54·2279표·16.45%) 당선인은 득표율 1~3위를 휩쓸었다.

세 당선인은 7대 때 의정활동을 함께한 동료다. 김향숙, 김원순 당선인은 7대 의회 비례대표를 거쳐 이번에 지역구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이쌍자 당선인은 3선 고지에 올랐다. 2014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 비례대표로 의회에 입성해 2018년 무소속으로 재선했었다.

이들은 그간 지역밀착형 조례 발의, 민원 해소, 갈등 조정 측면에서 치밀하고 추진력 있는 역량을 발휘하며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최두임(65) 당선인은 초선이다. 4명이 출마한 다선거구(영오면·개천면·구만면·회화면·마암면·동해면·거류면)에서 당당히 지역민의 선택을 받았다. 최종 2304표(24.29%)로 같은 당 우정욱(54·3630표·38.28%) 당선인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허옥희(62), 이정숙(54) 당선인은 각각 국민의힘, 민주당 비례대표로 의정활동 기회를 얻었다. 이에 따라 민선 8기 각종 정책 제안과 입안, 예산 심의 과정에 여성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8대 여성의원 중 나이로는 막내지만, 정치적 경륜은 ‘왕언니’가 된 이쌍자 당선인은 “여성의 정계·사회 진출에 좋은 기회이자 본보기가 될 것”이라며 “발로 뛰는 여성 정치인이 더 많이 배출돼 손이 미치지 않은 곳 없이 군민의 삶이 나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이제 젊은이들이 목소리를 내줄 때다. 지역의 청년, 젊은 정치인과 함께하는 일을 하고 싶다. 이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고, 그들의 정치역량을 키우고 지역을 다져 단단한 고성의 울타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지역사회도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는 물론, 여성·청소년·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와 교육·복지에 대한 인식이 남다른 만큼 이 분야에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학부모단체 관계자는 “지난 4년은 유권자로서 정말 실망스러웠다. 사사건건 정쟁을 벌이느라 군수와 군의회 모두 민의는 안중에 없었다”면서 “모쪼록 이번만큼은 정치 논리가 아닌 민의를 최우선에 두고 여야를 떠나 발전적 논의와 협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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