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연제는 옅어지고 보수세 낙동강벨트는 짙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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샅샅이 들여다본 부산 지방선거

지난달 23일 당시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부산 북구 덕천초등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손을 들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부산일보DB

6·1 부산 지방선거는 완연한 보수세 속에도 이전 선거와 일부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다. 특히 낙동강벨트를 비롯해 남구, 연제구 등 일부 구·군은 3달 전 치러진 20대 대선과도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정치 전문가들은 “지역별로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각 지역의 전통적 정치색이 옅어지거나, 인물·정책이 부각된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부산 정치권도 보수 정당의 완승 속 선거 이면에 드러나는 지역별 정치적 지형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남·연제, 민주 부산 평균 득표율보다 높아
강서·사상·사하는 민주 지지층 결집 약해
전통적 정치색 옅어져… 지형 변화 촉각
석 달 전 20대 대선과도 유의미한 차이
전문가 “중앙·지역 조금씩 분리 긍정적”


■남·연제, 민주 득표율 평균 넘어

부산 남구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변성완 부산시장 후보에게 33.0%의 표를 줬다. 이는 부산 평균(32.2%)을 웃도는 것으로, 그간 ‘보수 텃밭’으로 꼽히는 동부산의 정치 지형과는 다른 결과물이다. 앞서 대선에선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남구 득표율은 37.4%로, 부산 평균 득표율(38.2%)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대체로 민주당 후보 표가 부산 평균을 밑돌았던 연제구도 이번 선거에서는 미세한 차이로 변 후보 득표율이 평균을 앞질렀다.

전문가들은 박재호 국회의원, 박재범 남구청장 등 민주당 현역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작용한 결과로 본다. 실제 박 구청장은 42.1%를 득표해 동부산에서 유일하게 민주당 후보로 40%를 넘긴 것은 물론 부산 전체를 봐도 영도구, 북구에 이어 3번째로 높았다. 부산 정치권 관계자는 “남구는 민주당 조직이 ‘일’을 중심으로 그런대로 성공적으로 체질 개선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난 총선에서도 민주당 당선인을 내는 등 ‘신흥 접전지’가 됐다”고 말했다.

연제구도 현역인 이성문 구청장의 경쟁력에 더해 대규모 신규 아파트 입주에 따른 유권자층의 변화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서베이 등에 따르면 최근 4년(2018년 7월~2022년 5월) 간 연제구의 입주 세대는 8785세대로 부산 구·군 중 3번째로 많다.



■보수세 강해진 낙동강벨트, 왜?

전통적 민주당 지지 기반인 낙동강벨트는 대체로 앞서 대선보다 상대적으로 보수세가 세졌다. 강서는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의 득표율이 53.5%로 전체보다 4.8%포인트(P)나 낮았다. 그러나 지방선거에서는 박형준 후보 득표율과 부산 전체 평균과의 차이가 2.1%P로 좁혀졌다. 마찬가지로 사상, 사하 등도 이 같은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이는 낙동강벨트가 보수화됐다기보다는 민주당의 지지층이 결집하지 않은 효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차재권 교수는 “낙동강벨트는 2030세대 등 새로 유입되는 젊은 인구가 많아 민주당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지만, 이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결과라고 본다”면서 “경남 김해와 양산도 그렇고 이대로 방치하면 중요한 텃밭을 잃을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낙동강벨트의 이런 틈을 잘 파고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정치메타연구원 조경근 교수는 “박 시장, 하윤수 교육감 당선인이 선거 운동뿐 아니라 공약 부분에서도 낙동강 지역에 좀 더 신경을 썼고, 이에 따른 시민들의 기대감이 표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 정치, 앞으로 향방은?

조 교수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중앙정치와 지역정치가 조금씩 분리돼 가고 있다”며 일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시장과 구청장 후보 간 득표율 차이 등을 볼 때 정당을 떠나 일로써 평가한 유권자도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실제 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은 민주당 현역 구청장은 득표율이 시장 후보보다 대부분 5~10%P 높았다.

차 교수도 “여야 균형을 잡아 가려는 노력들이 전반적으로 계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수가 독주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민주당의 지지층 결집이 일어나면 충분히 균형 잡힌 결과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차 교수는 “전 정권에 대한 심판론 등이 둔화된 상태였다면, 현역을 앞세운 민주당은 꽤 경쟁력 있는 성적표를 받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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