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부산시자치경찰위원회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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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성 사회부 경찰팀장

“○○마켓 등을 통해 대면 중고물품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관련 피해와 분쟁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경찰서 인근에 ‘중고물품 직거래 세이프존’을 만들고 안심 CCTV도 설치하면 어떨까요?”

이는 시민이 직접 현장 맞춤형 치안 서비스를 경찰에 제안하고, 현장에서 실험을 통해 실현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새로운 시도, 즉 ‘치안 리빙 랩’ 공모에 접수된 톡톡 튀는 아이디어다. 치안 리빙 랩은 최근 사회 여러 분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리빙 랩’을 경찰 치안 분야에 적용한 것이다. 치안 서비스 수요자인 시민이 현장에 긴요한 치안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는 ‘실험의 장’으로, 경찰이 치안 서비스 개발의 주체여야 한다는 기존 관념을 깨는 역발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신선한 실험이 전국에서 최초로 시도되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부산이다. 지난해 5월 출범한 부산시자치경찰위원회(이하 부산시자경위)는 올 4월 치안 리빙 랩 공모를 진행했고, 여기엔 모두 22개 팀(22건)이 참여했다. 올 4월 말 1차 심사에서 8개 팀이 추려졌고, 이들은 8월 말까지 1차 실험을 진행한다. 이후 2차 현장 실험을 거쳐 올해 말 3개 팀이 최종 선정되고, 3개 아이디어는 내년부터 차례로 현장에 적용, 시민 곁으로 다가간다.

부산시자경위는 치안 리빙 랩을 해외 선진 사례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부산시자경위 관계자는 “이면도로 우회전 차량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를 발견하지 못해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횡단보도를 사선 방향으로 그려 운전자의 시야를 확보해 사고를 예방하고 있는 해외 용례에서 치안 리빙 랩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좋은 아이디어가 단지 아이디어에만 그치지 않기 위해선 과제도 적지 않다. 1차 심사를 통과한 ‘횡단보도 교통사고 예방 멈춤 바(Bar) 설치’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적색 신호가 들어오면 멈춤 바가 도로와 수평으로 닫혀 보행자가 횡단보도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해 보행자 교통사고 예방에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인도에 바와 이를 지탱하는 지주를 설치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시도이다 보니 관련 법이나 규정이 없어 실제 현장 적용이 쉽지 않다고 한다.

‘중고물품 직거래 세이프존’의 경우에도 도로에 새로운 시설물과 CCTV 등을 설치해야 하지만, 도로법이나 정보통신법 등 여러 법적·행정적 한계로 현장 적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7월 전국적으로 자치경찰제가 본격 시행됐다. 지자체에 경찰권을 부여한 자치경찰제는 기존 국가 경찰의 한계를 벗어나 생활 안전, 여성·청소년, 교통 분야에서 현장 실정에 맞는 지역 맞춤형 치안 서비스를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다. 갓 걸음마를 뗀 부산시자경위가 진정한 시민 지킴이로서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치안 리빙 랩의 성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정부가 금융과 ICT 산업 등 일부 분야에서만 적용하고 있는 규제 샌드박스를 자치경찰제에도 적용하면 어떨까. 시민에게 한 발 더 다가가려는 부산시자경위의 노력을 응원하며, 각종 규제의 걸림돌이 하나둘 사라지길 바란다. nm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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