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진 음식만 먹으면 ‘더부룩·콕콕’… 혹시 담석증?
배가 욱신욱신하게 쥐어짜는 듯 한 고통 때문에 병원을 찾아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도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설사 같은 위장관 증상도 동반하지 않는다면 이럴 때 의심해봐야 하는 것이 담석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담석증 환자는 24만 179명으로, 2010년(10만 9669명)과 비교해 11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한국인의 5~10%가 담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2배 정도 많이 나타난다. 연령별로는 60대가 23.4%로 가장 많고, 50대(20.3%), 70대(17.3%), 40대(15.8%) 순이다. 이처럼 담석증 환자가 많아지고 있는 것은 고령화와 함께 비만 인구의 증가가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비만 여성에게 담석증이 많이 발생하는데 무리한 다이어트도 원인이 된다.
담낭이나 담관에 돌 생기는 질환
담석증 환자 11년 새 배 이상 늘어
음식·과한 다이어트 등 원인 꼽혀
균형 잡힌 식사·운동 최고 예방책
■답즙 배출 장애 땐 담석 생성
담낭(쓸개)은 우리 몸의 우측 늑골 아래, 간 밑에 위치해 있다. 담낭은 간에서 만들어지는 소화 효소의 일종인 담즙을 농축, 저장했다가 우리가 식사를 해서 음식이 위장을 통과해 십이지장으로 들어가면 담즙을 분비해 음식물, 특히 지방의 소화와 흡수를 돕는 역할을 한다. 담석증은 말 그대로 담낭 또는 담관 속에서 돌이 생기는 질환이다. 담석은 담즙 내에 콜레스테롤 성분이나 지방산, 담즙산염, 빌리루빈 등의 성분이 너무 많거나, 담낭의 기능이 원활하지 못해 담즙 배출이 지연될 경우 담즙이 농축돼 단단해지면서 돌처럼 굳어진 것을 말한다. 이 담석이 담즙의 배출을 막으면서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돼 위가 더부룩해지고 쑤시는 듯 한 복부 통증을 유발한다.
담석증의 주요 증상은 심한 복통과 구토 등이다. 식사 후 수 시간이 지난 후 갑자기 경련성통증(담관산통)이 발생하는데 응급실을 찾을 정도로 심한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속편한내과 허정호 원장(소화기내과 전문의)은 “환자들은 위가 아픈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고 진료실에서도 위경련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지만, 막상 검사를 해보면 담석증에 의한 통증인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 경우 오심과 구토가 흔히 동반되고, 심한 구토 후에 통증이 사라지기도 하나 발열, 오한이 지속되는 경우 담낭염 등의 합병증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통증 유발 땐 담낭 잘라내야
담석증은 복부 초음파검사를 통해 비교적 간단하게 진단할 수 있으며 담석 등과 동반된 담낭염 같은 합병증 유무도 알 수 있다. 간혹 미세한 담석이나 담도 결석 등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복부CT(전산화 단층 촬영)를 시행하기도 한다.
담석이 있다고 모두 담석증을 앓는 것은 아니다. 담석증의 절반 이상은 무증상으로, 우연히 건강검진을 통해 발견한 뒤 아무런 이상 증상 없이 평생을 지내는 경우도 많다. 이 같은 무증상 담석증은 치료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소화불량을 앓다가 위염이나 위궤양으로 오인하는 이들도 있고, 갑작스러운 통증으로 위급한 상황을 맞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와 함께 만성적인 담낭 염증으로 인해 담낭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적절한 검사를 통한 관리가 요구된다.
담낭염을 유발하는 담석증은 주로 담낭절제술을 시행해 치료한다. 담석증으로 인해 잦은 복통이나 급성 담낭염이 동반되거나, 만성적인 염증으로 담낭벽이 두꺼워졌다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허 원장은 “담낭 내 담석만 제거하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어렵고, 주로 복강경하의 담낭절제술로 비교적 어렵지 않게 치료할 수 있다”며 “간혹 담도 결석이 동반될 경우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을 통해 담도 결석을 먼저 제거한 뒤 담낭제거술을 시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담낭절제술을 받더라도 일상에서 별다른 후유증은 없다. 다만 답즙을 저장, 농축하는 담낭의 기능이 떨어져 간에서 생성되는 답즙을 지속적으로 배출하게 됨으로써 만성적인 설사를 유발하는 경우가 있으나 대부분 서서히 적응하게 된다. 기름진 음식을 소화시키는데 불편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비만·무리한 다이어트가 원인
담석은 여성 특히 다출산 여성과 비만인 사람들 사이에 많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여성호르몬이 담즙 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임신을 할 경우 담낭의 기능이 떨어져 담즙 배출이 지연되기 때문이다. 비만한 사람도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기 때문에 담석증에 걸릴 위험이 높다. 이와 함께 장기간의 금식, 무리한 다이어트, 여성 경구용 피임약, 간디스토마 같은 기생충 감염도 담석증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담석증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은 규칙적인 식생활과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지방과 콜레스테롤 섭취를 줄이는 것이다. 기름진 음식과 자극성 식품(술, 카페인, 탄산음료 등)은 되도록 절제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비만을 예방해야 한다. 특히 운동은 체내 콜레스테롤의 대사에 도움을 주고, 장운동을 활성화해주며, 담즙 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켜 담석증을 예방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허 원장은 “맥주를 많이 마시면 담석 배출에 도움이 된다는 속설이 있는데, 담석은 장기 내에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맥주 등 수분 섭취를 통해 소변으로 배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다만 신장이나 요로에 결석이 생기는 경우 물을 많이 마시는 게 결석의 생성 예방과 배출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