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 책임에 당권 싸움까지… 출구 못 찾는 민주당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의 내부 갈등이 격해진다. 8월 전당대회 당권 경쟁까지 겹치면서 계파색이 짙은 의원들의 공격과 반격이 이어지는 등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친문(친문재인)계로 분류되는 홍영표 의원은 6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재명 의원이 인천 계양에 나서고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로 나온 것이), 이게 선거 패배의 결정적 원인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라고 본다”고 운을 뗀 뒤 “조사를 해 봐야 한다”며 송 후보의 전략 공천 과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친문 “이재명·송영길 공천이 패인”
친명 “그런 주장 하는 건 비이성적”
이 의원을 지방선거 패배 원인으로 지목하는 동시에 송 후보까지 거론되자 비문계와 친명(친이재명)계는 즉각 반격했다. 안민석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과거 공천은 더했다”며 “과거에 그랬던 분들이 지금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비이성적”이라고 말했다. 2020년 국회의원 총선에서 친문계가 주류가 돼 공천권을 행사했을 당시를 언급한 것이다. 당시 금태섭 전 의원이 경선에서 패하는 등의 결과를 두고 ‘친문 공천, 비문 낙천’이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도 뜨거운 감자다. 우상호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대권후보가 당권 주자가 되면 특정 진영의 대표성이 강화한다”며 사실상 출마 반대 입장을 전했다. 그러자 친명계 무소속 민형배 의원은 “당이 무너진 상황에서 가장 큰 자산을 가진 정치인인 이 의원이 (전대에)나오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것 같다”고 맞받았다.
계파 간 갈등 양상이 심해지는 가운데 이를 수습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두고도 계파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터라 비대위원장 선임은 물론 비대위의 역할과 권한 설정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당 주변에선 계파색이 옅으면서도 당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나 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이광재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당 대표대행을 맡아 비대위를 구성해야 하는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시·도당 위원장과 원외 지역위원장을 잇달아 만나 관련 의견을 들었다. 박 원내대표는 앞서 3일에는 중진 의원들과 간담회, 국회의원·당무위원 연석회의를 가졌다. 이날 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선거 결과에 대한 ‘네 탓 공방’을 하기보다는 당의 환골탈태를 위해 기존의 정책 기조와 노선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를 한 뒤 새 지도부 선출을 통해 혁신을 지속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신현영 대변인이 6일 밝혔다.
신 대변인은 “내일(7일) 의총을 열고 이번 주 내에는 비대위가 출범하도록 하겠다”며 “비대위원장과 위원들을 포함해 의원총회, 당무위원회, 중앙위원회까지 인준 절차를 밟아 비대위의 구성 자체에 정통성과 합법성, 대표성을 부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선 패배 이후 윤호중·박지현 비대위가 꾸려지는 과정에서 제기된 정당성 문제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이날 연석회의에서는 비대위 대표성 확보를 위해 원외 위원과 여성·청년 등이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선수별 대표 의원들이 비대위에 합류하기로 한 가운데, 원외의 다양한 목소리도 반영될 길을 열어 줄 것으로 보인다. 원외 위원 숫자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신 대변인은 설명했다. 비대위 구성 등 민주당 내홍 수습 분수령으로 보이는 민주당 의총은 7일 오후 3시로 예정됐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