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한 성적표’ 부산 민주당, 중앙당 요인만은 아니다
6·1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달 31일 부산 사하구에서 민주당 변성완 부산시장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더 반성하고 쇄신하겠습니다.”(더불어민주당 박재호 부산시당위원장) “말로만 반성한 민주당에 민심은 철퇴를 내렸습니다.”(민주당 최인호 사하갑 의원) “저와 민주당이 가야 할 쇄신의 길을 찾겠습니다.”(민주당 전재수 북강서갑 의원)
6·1 지방선거가 끝난 뒤 부산 야권에서 쏟아진 반성문이다. ‘현역 3인방’(박재호 최인호 전재수 의원) 외에 지역위원장들도 한목소리로 개혁과 쇄신을 약속하지만 선거기간 보여 준 무기력함에 지지층에선 불신 기류가 감지된다. 이에 구체적인 고강도 쇄신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선거 패배 후 자성 목소리
구심점 부재· 현역 의원 무기력
산업은행 이전 등 당내 이견…
윤 정부 안정론 확산도 큰 영향
개혁 없을 땐 차기 총선도 위태
■“지선 참패, 중앙당 차원 악재 탓”
부산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집권 2년 차인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문풍’을 기반삼아 기초단체 16곳 중 13곳, 부산시의회 47석 중 41석을 차지하며 지방권력을 휩쓸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변성완 부산시장 후보 득표율은 32.23%에 그쳤으며 기초단체장은 전패하고, 시의회에서는 비례대표 2석을 겨우 건졌다.
지역 야권 일각에서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중앙당을 원망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부산의 민주당 지역위원장은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문 영향도 없지는 않지만 선거 기간 내내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선대위 관계자의 공식 발언이나 김포공항 이전 등 중앙당 차원의 악재가 쏟아진 탓에 바람을 이겨 낼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총괄본부장을 맡은 김민석 의원은 기자간담회를 할 때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한 개인적인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선거 초반 대선 패배, 윤석열 정부 안정론 우세 등 불리한 구도에도 ‘현역 프리미엄’을 내세워 기초자치단체장 4~5곳 정도는 지킬 수 있을 것이라던 기대는 후반으로 갈수록 “1~2곳이라도 방어하면 선전하는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으로 바뀌었고, 결과는 ‘완패’였다.
■구심점 부재 등 내부 요인 산적
부산 정가에서는 지역 내 문제로 인한 “예견된 패배였다”는 반응이다. 부산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곳이지만 정작 지역 민주당을 이끌어갈 구심점이 없다. 야권에서 지역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던 것이다.
최근 잇따른 선거 과정에서 민주당 내부에선 권력 경쟁이 발생했다. 이번 20대 대선 지역 선대위 구성에서 발생한 공개 권력 다툼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12월 민주당 부산시당은 ‘새로운 대한민국, 이재명은 합니다-부산 대전환 톱니바퀴 선대위’를 출범했지만, 당시 변성완 전 부산시장 권한대행의 총괄선대본부장 발탁과 외부 인사 대거 등용 등에 불만을 가진 상당수의 지역위원장이 발대식에 불참하는 등 내홍이 불거졌다. 특히 현역 의원 사이의 불협화음은 정치권 내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런 문제는 결국 부산 야권 전체를 이끌어갈 인사가 부재하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야권 관계자는 “가덕신공항 등 주요 현안에서 공동 대응하며 ‘원팀’으로 보이는 듯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며 “김 의원이나 원내 산은 이전 반대 목소리 등에 지역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문제 등도 결국 리더가 없어서 생긴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부산 민주당이 외치는 개혁이 ‘빌 공’ 자 공언이나 ‘땜질식 처방’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지역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선거의 패배가 부산 민주당이 겪는 최악의 상황이 아닐 수도 있다는 불안감까지 지역 당원들 사이에서 감돈다”며 “2년 뒤 총선에서 더욱 참혹한 성적표를 받을 경우 앞으로 부산에서 민주당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번 기회에 모든 문제를 털고 가야 한다”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