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합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백지화 조례… 끝나지 않은 생곡쓰레기매립장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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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시와 인근 주민 간에 이주 합의가 성사된 부산 강서구 생곡마을의 부산시자원재활용센터(생곡재활용센터)와 관련해 합의 내용을 되돌릴 수 있는 부산시 조례가 추진되고 있어 또 다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주 합의로 센터를 둘러싼 내홍이 가라앉은 듯했으나, 장기간 갈등이 이어졌던 만큼 여전히 센터 미래가 불안한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6일 부산시와 부산시의회 등에 따르면 부산시의회 도시환경위원회 김삼수 의원은 ‘부산시 재활용품 선별장 관리 및 운영 조례안’과 ‘폐기물 관리 등에 관한 개정 조례안’을 발의했으며, 이들 조례는 7일 입법예고 예정이다. 조례안은 센터 운영권을 일정 자격을 갖춘 법인 중 입찰을 통해 선정하고, 조례 공표 뒤 즉시 시행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연 9억 원 상당의 주민지원금도 마을 단체가 아닌 부산시가 직접 교부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재활용센터 운영권 입찰로 선정”
김삼수 부산시의원 조례안 발의
조례안 적용 땐 기존 운영권 회수
지난달 운영권 보장 합의와 배치

앞서 지난달 2일 부산시와 생곡폐기물처리시설대책위(이하 대책위)는 오는 2025년까지 마을 주민이 명지국제신도시 단독주택용지로 이주하고 대책위가 2027년까지만 센터를 운영한다는 합의(부산일보 5월 3일 자 10면 보도)에 이르렀다. 하지만 새 조례안이 적용된다면 부산시가 운영권을 회수한 뒤 입찰을 통해 새 운영자를 찾아야 한다.

부산시의회 측은 재활용품 선별장에 관한 조례안 취지를 이권 다툼과 갈등을 원천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마을 단체가 연간 15억 원 이상 수입이 나오는 사업장의 운영권을 가지면서 내부 갈등과 외부 이권 세력의 개입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만큼, 부산시가 센터를 관리하고 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부산시와 대책위 간 합의로 센터 자산이 2027년 부산시로 반환될 예정인데도 조례 제정을 추진한 것과 관련, 부산시의회 측은 문제 재발을 막을 조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경기도 등 다른 지자체에도 비슷한 조례가 있다”며 “불안한 생곡 상황을 고려하면 5년 뒤에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려워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렵사리 대책위와 이주 합의를 이끌어 낸 부산시는 부산시의회 움직임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부산시는 조례가 담고 있는 내용 가운데 일부는 부산시나 기초자자체 업무이거나 주민들이 직접 투자한 시설물까지 제한하는 등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쓰레기매립장 설치로 인한 피해 보상 차원에서 일련의 사업들이 진행된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마을 주민들도 격앙된 분위기다. 이주 합의 한 달 만에 합의 백지화가 거론되는 건 주민을 우롱한 처사이고, 조례 확정 시 합의를 파기할 수 있다는 여론도 조성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조례가 실제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경우에 따라서 조례의 타당성을 두고 법적 다툼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1994년 생곡마을에 쓰레기매립장이 조성되면서 피해 보상 차원에서 주민들에게 ‘재활용 선별권’이 주어졌다. 이후 선별장 규모가 커지면서 주민대표 자격과 수익금 배분 등을 놓고 내홍이 고조돼 재활용 쓰레기 반입 중단 사태가 빚어지는 등 ‘재활용 대란’ 우려도 수시로 제기됐다. 김백상 기자 k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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